국내외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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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동향그린래시(Greenlash)와 정의로운 전환


과거 기후위기 부정론이나 화석연료 업계가 주도한 녹색 반발 또는 역풍(Greenlash, 그린과 백래시의 합성어, 이하 그린래시)은 최근 복합위기 속에서 에너지·기후 대응 정책이 초래하는 경제적 부담 및 불평등, 그리고 관련 규제에 반발하는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기후정의 진영은 더 정교하고 유연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린래시의 양상과 동학을 이해하기 위해 흥미로운 논의와 반응을 살펴보자. <By 이정필>

 

그린래시에 대한 미디어 보도는 2021년부터 유럽 매체에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녹색정책에 대한 대중 저항으로 묘사하지만, 이 현상은 녹색정책, 경제적 부담, 그리고 정치적 분열 사이의 복잡한 교차점을 조명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경제적 격차를 둘러싼 광범위한 갈등과 역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Yingnian Tao and Mark Ryan, 2025). 이와 함께 그린워싱에 의해 주요 선언과 정책에 대한 회의론까지 그린래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Ludovico Conti and Peter Seel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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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7일 체코 프라하에서 농민들이 정부 정책과 유럽연합 그린딜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동안 트랙터를 몰고 있다. (* 사진: 미하일 치제크, AFP/게티이미지)


나탈리 토치

2023년, 그린래시 개념을 대중화한 이탈리아 정치학자 나탈리 토치(Nathalie Tocci, 2023)는 두 가지 상반된 경향을 설명한다. 첫째, 탄소중립이 구호에서 정책으로 실행되면서 당연하게 나타나는 상황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에 내재한 갈등적 요소를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째, 앞으로도 녹색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는데, 최근 주요 선거에서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그린래시를 활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들은 탈탄소화를 밀어붙이는 대신 생태적 주권(ecological sovereignty)을 요구한다. 풍력 및 태양광 발전으로부터 자연경관을 지켜내고, 인공육이나 곤충 같은 대체 단백질원으로부터 전통적인 식문화와 농업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겉으로는 기후 의제를 수용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왜곡하고 있다. 2023년 5월,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가 홍수 피해 지역을 방문해 기후 정책 때문에 재산과 인명을 구할 수 있었던 인프라 구축이 가로막혔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토치는,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한 산업 분야는 지속될 수 있겠지만, 생물다양성, 농업, 자연보전 등 더 넓은 의미의 지속가능성 의제이지만 기업의 이윤 추구 대상이 되지 않거나 이익에 방해된다면, 그리고 정치적 반발이 더해지면 이 분야는 궤도를 이탈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엘리사베타 코르나고

 

엘리사베타 코르나고(Elisabetta Cornago, 2023)는 역진적이거나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정책(탄소세 등), 지원 정책이 없거나 미흡한 탄소 집약적 제품 금지 정책(전기차, 히트펌프 등), 건물 등 사유 재산에 녹색화를 강제하거나 의무화하는 정책(그린 리모델링 등), 특정 이해당사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축산 질소 배출 규제 등)이 시민과 기업으로부터의 그린래시를 촉발해 제안된 정책이 좌초되거나 완화된다고 평가한다.

 

코르나고는 유럽에서 나타나는 그린래시는 불가피하지 않고, 사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정책 설계와 관련해서 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targeted), 소득을 기준으로 삼고(income-based), 에너지 효율 및 절감 수준과 연계하는 조건부(conditional) 시민 지원 및 보조 방식을 강조한다. 그리고 투자 회수 기간이 짧은 것보다 긴 사업에 보조금을 확대하고(전기차보다 주택 탈탄소화 및 리모델링 보조 등), 역진성 해결을 위해 현금 및 보조금 지급 방안을 예시한다(탄소세 세수 동일 배당 제안, 2027년 EU-ETS 2 연계 사회기후기금(Social Climate Fund)의 에너지 및 교통 취약계층 지원 예정).

 

에린 존스와 리처드 영스

 

에린 존스와 리처드 영스(Erin Jones and Richard Youngs, 2025)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전개되는 그린래시를 시민과 당사자들이 주도하는 상향식과 정치·경제적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하향식 형태로 구분하고, 서로 맞물려 진행되는 양상 등 그 동학을 설명한다.

 

2018년 프랑스 정부의 유류 탄소세 인상 시도는 경제적 불평등과 생계 위협 심화와 결합해 노동·서민의 노란 조끼 운동으로 분출됐다. 이에 대한 평가처럼 기후 의제 그 자체보다는 정부 정책의 비용·편익의 분배 부정의에 대한 분노와 정치적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상향식 그린래시의 대표적 사례는 유럽 그린딜을 반대하는 네덜란드 농민 시위로 볼 수 있는데, 세계화에 의한 농업 붕괴 상황에서 2019년 축산 질소 규제 등 녹색정책의 부담 증가와 전가가 가중되면서 농민 생존권을 주장하며 성장했다(2023년 극우 성향의 농민시민운동(BBB)으로 원내 진출). 이런 상향식 그린래시는 녹색정책을 둘러싼 비용, 공정성, 국가 개입 방식, 이데올로기 등을 문제로 삼으며, 이를 떠받치는 정서는 최근 여러 인구 집단에서 넓게 나타난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활동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폴란드에서는 석탄발전소 폐쇄에 반대하는 노동자 시위가 발생했고, 철강 노동자들 역시 비슷한 시위를 벌였다. 도심 저배출 구역(Low Emissions Zones)에 반대하는 시위는 런던과 옥스퍼드 같은 곳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의 도시로 확산된 바 있다. 독일 정부의 건물 난방 규제 법안에 대해서는 녹색당의 난방 이데올로기로 비판하는 행진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럽에서 핵심 광물을 녹색전환의 필수 요소로 추진하자 포르투갈, 스페인, 세르비아 등지의 지역사회와 시민들은 해당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상향식 그린래시는 점차 제도 정치 운동과 연결되고 있는데, 유럽 전역의 주요 선거에서 반 기후 정당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친환경 차량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시민들에게 불평등한 부담을 지운다는 반대 여론으로 촉발된 도심 저배출 지역 폐지 논쟁에서 극우 정당은 이 같은 녹색 규제를 반노동 정책으로 공격했다. 지역사회 친환경 유권자와 환경 운동가들, 그리고 수년에 걸쳐 정치적 타협을 거듭한 제도권 녹색당, 이들 간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는 반면, 풀뿌리 그린래시와 반 기후 정당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이런 하향식 그린래시 현상은 유럽 극우 세력 급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생태 독재(eco-dictatorship)에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폴란드 법과정의당(PiS)는 유럽 그린딜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이들은 그린딜 반대를 반 자유주의 및 EU 회의론와 융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기업, 중도 성향 정당 등 다른 세력을 포괄하는 다층적 그린래시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업 및 로비 단체들은 유럽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환경 및 사회 문제에 대한 법적 규제 및 보호 조치들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주도해 왔다. 여기에 연구기관, 온라인 커뮤니티, 대중매체 사이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향식과 상향식 그린래시를 잇는 강력한 연결 축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극우 진영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그린래시는 중도 및 중도 우파 정당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 국민당(EPP) 그룹이 친 기후에서 그린딜 비판으로 입장을 수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은 녹색정책을 완화하거나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유럽 차원의 정치동맹과 공조 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다른 한편, 스페인 사회당 정부의 28개 석탄광산 폐쇄에 대해 정의로운 전환 정책(2019~2027년)은 선거 결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절차적, 분배적 측면의 정의로운 전환은 그린래시를 예방하고 전환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접근이다.

 

그린래시 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럽 전역에서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사회적 기반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야심 찬 정책을 지지하는 유럽 대중의 여론은 유지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멸종반란, 새로운 세대 등은 지속되고 있으며, 그린래시를 고려해 대중적 운동 전술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2022년 4월 공식 출범한 A22 네트워크 및 소속 단체들의 클라이머타주(Climatage, 기후와 사보타주의 합성어) 등 비폭력 직접행동도 병행되고 있다. 물론 클라이머타주를 둘러싼 운동 전술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린래시는 유럽 그린딜의 민주화라는 과제를 제기한다고 재평가할 수 있다. 기후행동에서 과학이 가진 특권적 지위와 유럽연합 의사결정의 기술관료적 성격 모두에 대한 비판은 참여민주주의 메커니즘을 옹호하도록 이끌었다. 그중 기후시민의회는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방법이었지만, 그 성과는 제각각이었다. 정책 입안자들은 그린래시의 다면적인 특성을 경계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일부 그린래시는 엘리트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하향식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우려의 깊이 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엘리트주의적이고 과학적인 의제가 아니라, 광범위하고 집단적인 사회적 프로젝트로 재조명해야 한다. 특히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관점이 주류화돼야 한다.

 

[참고자료]

Yingnian Tao and Mark Ryan, Greenlash in the media,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12, 2025. (링크)

Ludovico G. Conti and Peter Seele, The new greenlash: from greenwashing and sustainability inflation to the sustainability backlash—and how to tackle it, Discover Sustainability 6, 2025. (링크)

Nathalie Tocci, After two years of real progress on climate, a European ‘greenlash’ is brewing, The Guardian, 2023.7.12. (링크

Elisabetta Cornago, How to minimise the ‘greenlash’, Centre for European Reform, 2023.12.18. (링크)

Erin Jones and Richard Youngs, Confronting Backlash Against Europe’s Green Transition,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2025.9.11.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