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생체전기(bioelectricity)로 움직이고 에너지 노예(energy of slaves)를 거느리고 문명과 사회를 지탱하면서 그 속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호모 일렉트리쿠스(Homo Electricus)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기국가(Electrostate)에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향하고 있는 국가 모델일까? ‘전기국가론’을 중심으로 에너지-국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By 이정필>
석유 중심의 정치경제와 국제관계 논의에서 석유국가(Petro-state)와 그와 유사한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제사회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전기국가에 대한 표현이 언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선 제1차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공식 발표한 기후에너지환경부 보도자료(2026.5.19)에는 이렇게 언급한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따라 석유 공급선 다변화, 비축 등 기존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재생에너지 중심의 국내 생산 에너지(home-grown energy) 확대 전략으로 재정립하고, 전기국가(electro-state)로의 도약과 에너지 대전환을 신속히 뒷받침하기 위한 5대 과제와 10대 전략을 기본계획에 담았다.”
다음 이재명 정부 1주기를 맞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성과를 알리는 보도자료(2026.6.4)에는 “에너지 대전환 본격화, 탈탄소 전기국가(Electro-State)의 기틀 마련”, “전기차·히트펌프·배터리, 전기국가를 떠받치는 산업생태계 조성”, 기존 화석연료 의존 국가를 탈탄소 전기국가로 전환“이란 문구가 등장한다.
국내외에서 전기국가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구분되기도 한다. GDP 중 청정에너지 및 관련 산업 비중이 높은 경우, 생산자형 전기국가(producer electro-state)로 규정한다. 10% 정도를 보이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최종에너지 소비 중 전기 비중(electrification rate)이 높은 경우, 소비자형 전기국가(consumer electro-state)로 규정한다. 세계 평균이 20%인데, 중국은 30%를 차지해 소비 측면에서도 전기국가에 속한다고 평가된다(Gordon & Mangalmurti, 2025.9.16).
이렇게 중국은 가장 유력한 전기국가로 거론된다. 20세기 세계 곳곳에서 시차를 두고 석유화와 전기화가 전개되었지만, 최근 에너지 전환 시대의 전기화는 전기국가의 이론적, 실천적 토양이 된다. 그러나 전기국가가 보편적인 국가 모델로 전망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컬럼비아 대학교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 연구원 타티아나 미트로바(Tatiana Mitrova) 등 몇몇 논자를 통해 전기국가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높여 보자.
Mitrova & Corbeau(2026.5.27)는 석유국가와 전기국가를 비교하고 에너지 양극 체제(energy bipolarity)의 향방을 검토한다. 이에 따르면,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가 미래 에너지 패권을 두고 경쟁하면서 석유국가와 전기국가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및 지정학적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탄화수소와 전자가 맞붙는 이 불안정하고 비대칭적인 에너지 경쟁은 향후 10년간 글로벌 영향력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석유국가들 사이에 협력과 갈등이 상존하는 불안정한 동맹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기국가 중국은 화석연료 최대 수입국이면서 러시아, 사우디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전기화 공급망의 핵심 국가이자 지정학적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그러나 혼돈의 에너지 양극 체제에서 화석연료가 과거의 권력 수단이라면, 전자와 핵심 광물은 새로운 권력 수단이다. 그런데 실제 형세는 훨씬 더 복잡하다. 거의 모든 국가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안보라는 공통된 입장 속에서 강조점을 달리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러시아, 사우디가 전술적 연대를 이룰 수는 있겠지만, 유가 책정, 정치 체제, 지역적 목표 등에서 이들의 전략적 이익은 서로 갈라진다. 전기화 강국 역시 마찬가지인데, 중국과 유럽연합 간의 무역 마찰,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심화 등 고유의 긴장 관계에 직면해 있으며, 이 역시 지경학적 패권 다툼을 반영한다.
석유국가와 전기국가의 구성 요소

자료: Mitrova & Corbeau(2026.5.27)
석유국가와 전기국가 간 권력을 행사하는 메커니즘에도 차이가 있다. 석유권력은 충격의 순간을 지배한다. 시간을 압축하여 지정학적 위험의 가격을 빠르게 재산정하고 시장 접근권을 뒤흔든다. 반면, 전기권력은 더 긴 지평선 위에서 미래의 궤적을 형성한다. 수십 년에 걸쳐 기술적 방향성과 산업적 우위를 고착화한다. 제로섬 경쟁 체제 아래서 양측은 각자가 가진 시간적 열세를 상쇄하려 한다(Mitrova & Bala, 2026.3.10).
에너지 권력의 작동 메커니즘 비교

자료: Mitrova & Bala(2026.3.10)
특히 미국과 중국이 구축하는 양극화 질서에서 유럽은 두 블록 모두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어느 쪽과도 완전히 동조하지 못하는 매우 불편한 중간 지대에 놓여 있다. 유럽 지역은 넷제로 목표에 맞추어 전기국가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청정기술 공급망에서는 여전히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화석연료 역시 계속해서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의 취약성은 더 이상 단순한 상업적, 기술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경쟁하는 두 강대국에 의해 형성되는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유럽은 현대사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제약을 받는 에너지 환경에 직면한 채 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즉, 유럽은 일반적인 무역관계에서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금융, 안보, LNG와 중국의 넷제로 공급망이라는 두 양극 체계에 비대칭적으로 편입되어 있고, 이 체계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Mitrova & Corbeau, 2025.12.19).
타티아나 미트로바의 전기국가 전략은 전력수요 감축을 강조하고 화석연료로의 회귀 (petro-restoration)에 주의하며, 해외 의존적 전환(dependent transition)을 경계하고 전략적 자율성과 선택적 기술 주권에 초점을 맞춘다(Mitrova, 2026.3.19.) 이런 전략적 입장은, 한편으로는 레토릭으로서의 전기국가에 그칠 게 아니라면 전기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관계 중심의 접근에서 ‘다중 스케일적 전기국가론’으로 논의를 확장하고 심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참고 자료]
Noah Gordon & Daevan Mangalmurti, How to Be an “Electrostate”,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2025.9.16. (링크)
Tatiana Mitrova & Anne-Sophie Corbeau, PetroStates and ElectroStates in a World Divided by Fossil Fuels and Clean Energy, The National Interest, 2026.5.27. (링크)
Tatiana Mitrova & Anne-Sophie Corbeau, The EU in a Petrostates and Electrostates World, The National Interest, 2025.12.19. (링크)
Tatiana Mitrova & Kruthika Anastasia Bala, ‘Fast Power’ vs. ‘Slow Power’: The New Energy Contest, The National Interest, 2026.3.10. (링크)
Tatiana Mitrova, How the Iran War Is Changing Europe’s Energy Transition, The National Interest, 2026.3.19. (링크)
우리 몸은 생체전기(bioelectricity)로 움직이고 에너지 노예(energy of slaves)를 거느리고 문명과 사회를 지탱하면서 그 속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호모 일렉트리쿠스(Homo Electricus)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기국가(Electrostate)에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향하고 있는 국가 모델일까? ‘전기국가론’을 중심으로 에너지-국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By 이정필>
석유 중심의 정치경제와 국제관계 논의에서 석유국가(Petro-state)와 그와 유사한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국제사회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전기국가에 대한 표현이 언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선 제1차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공식 발표한 기후에너지환경부 보도자료(2026.5.19)에는 이렇게 언급한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따라 석유 공급선 다변화, 비축 등 기존의 에너지 안보 전략을 재생에너지 중심의 국내 생산 에너지(home-grown energy) 확대 전략으로 재정립하고, 전기국가(electro-state)로의 도약과 에너지 대전환을 신속히 뒷받침하기 위한 5대 과제와 10대 전략을 기본계획에 담았다.”
다음 이재명 정부 1주기를 맞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성과를 알리는 보도자료(2026.6.4)에는 “에너지 대전환 본격화, 탈탄소 전기국가(Electro-State)의 기틀 마련”, “전기차·히트펌프·배터리, 전기국가를 떠받치는 산업생태계 조성”, 기존 화석연료 의존 국가를 탈탄소 전기국가로 전환“이란 문구가 등장한다.
국내외에서 전기국가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구분되기도 한다. GDP 중 청정에너지 및 관련 산업 비중이 높은 경우, 생산자형 전기국가(producer electro-state)로 규정한다. 10% 정도를 보이는 중국이 대표적이다. 최종에너지 소비 중 전기 비중(electrification rate)이 높은 경우, 소비자형 전기국가(consumer electro-state)로 규정한다. 세계 평균이 20%인데, 중국은 30%를 차지해 소비 측면에서도 전기국가에 속한다고 평가된다(Gordon & Mangalmurti, 2025.9.16).
이렇게 중국은 가장 유력한 전기국가로 거론된다. 20세기 세계 곳곳에서 시차를 두고 석유화와 전기화가 전개되었지만, 최근 에너지 전환 시대의 전기화는 전기국가의 이론적, 실천적 토양이 된다. 그러나 전기국가가 보편적인 국가 모델로 전망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컬럼비아 대학교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 연구원 타티아나 미트로바(Tatiana Mitrova) 등 몇몇 논자를 통해 전기국가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높여 보자.
Mitrova & Corbeau(2026.5.27)는 석유국가와 전기국가를 비교하고 에너지 양극 체제(energy bipolarity)의 향방을 검토한다. 이에 따르면,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가 미래 에너지 패권을 두고 경쟁하면서 석유국가와 전기국가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및 지정학적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탄화수소와 전자가 맞붙는 이 불안정하고 비대칭적인 에너지 경쟁은 향후 10년간 글로벌 영향력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석유국가들 사이에 협력과 갈등이 상존하는 불안정한 동맹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기국가 중국은 화석연료 최대 수입국이면서 러시아, 사우디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전기화 공급망의 핵심 국가이자 지정학적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그러나 혼돈의 에너지 양극 체제에서 화석연료가 과거의 권력 수단이라면, 전자와 핵심 광물은 새로운 권력 수단이다. 그런데 실제 형세는 훨씬 더 복잡하다. 거의 모든 국가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안보라는 공통된 입장 속에서 강조점을 달리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러시아, 사우디가 전술적 연대를 이룰 수는 있겠지만, 유가 책정, 정치 체제, 지역적 목표 등에서 이들의 전략적 이익은 서로 갈라진다. 전기화 강국 역시 마찬가지인데, 중국과 유럽연합 간의 무역 마찰,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심화 등 고유의 긴장 관계에 직면해 있으며, 이 역시 지경학적 패권 다툼을 반영한다.
석유국가와 전기국가의 구성 요소
자료: Mitrova & Corbeau(2026.5.27)
석유국가와 전기국가 간 권력을 행사하는 메커니즘에도 차이가 있다. 석유권력은 충격의 순간을 지배한다. 시간을 압축하여 지정학적 위험의 가격을 빠르게 재산정하고 시장 접근권을 뒤흔든다. 반면, 전기권력은 더 긴 지평선 위에서 미래의 궤적을 형성한다. 수십 년에 걸쳐 기술적 방향성과 산업적 우위를 고착화한다. 제로섬 경쟁 체제 아래서 양측은 각자가 가진 시간적 열세를 상쇄하려 한다(Mitrova & Bala, 2026.3.10).
에너지 권력의 작동 메커니즘 비교
자료: Mitrova & Bala(2026.3.10)
특히 미국과 중국이 구축하는 양극화 질서에서 유럽은 두 블록 모두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어느 쪽과도 완전히 동조하지 못하는 매우 불편한 중간 지대에 놓여 있다. 유럽 지역은 넷제로 목표에 맞추어 전기국가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청정기술 공급망에서는 여전히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화석연료 역시 계속해서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의 취약성은 더 이상 단순한 상업적, 기술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경쟁하는 두 강대국에 의해 형성되는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유럽은 현대사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제약을 받는 에너지 환경에 직면한 채 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즉, 유럽은 일반적인 무역관계에서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금융, 안보, LNG와 중국의 넷제로 공급망이라는 두 양극 체계에 비대칭적으로 편입되어 있고, 이 체계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Mitrova & Corbeau, 2025.12.19).
타티아나 미트로바의 전기국가 전략은 전력수요 감축을 강조하고 화석연료로의 회귀 (petro-restoration)에 주의하며, 해외 의존적 전환(dependent transition)을 경계하고 전략적 자율성과 선택적 기술 주권에 초점을 맞춘다(Mitrova, 2026.3.19.) 이런 전략적 입장은, 한편으로는 레토릭으로서의 전기국가에 그칠 게 아니라면 전기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 국제관계 중심의 접근에서 ‘다중 스케일적 전기국가론’으로 논의를 확장하고 심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참고 자료]
Noah Gordon & Daevan Mangalmurti, How to Be an “Electrostate”,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2025.9.16. (링크)
Tatiana Mitrova & Anne-Sophie Corbeau, PetroStates and ElectroStates in a World Divided by Fossil Fuels and Clean Energy, The National Interest, 2026.5.27. (링크)
Tatiana Mitrova & Anne-Sophie Corbeau, The EU in a Petrostates and Electrostates World, The National Interest, 2025.12.19. (링크)
Tatiana Mitrova & Kruthika Anastasia Bala, ‘Fast Power’ vs. ‘Slow Power’: The New Energy Contest, The National Interest, 2026.3.10. (링크)
Tatiana Mitrova, How the Iran War Is Changing Europe’s Energy Transition, The National Interest, 2026.3.19.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