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기업을 포함해 화석연료와 그 인프라에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는 다양한 세력과 집단은 탈화석연료 에너지전환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최대한 전환과정을 지연하려고 각종 수단을 동원한다. 국제사회에서 부채 탕감은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로 구성된 경제적, 생태적 모순을 해결하는 핵심적인 주장으로 제기되어 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빈국과 개도국의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부채상환 유예 이니셔티브(Debt Service Suspension Initiative)로는 재정 건전성 제고나 녹색회복(green recovery)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채무국이 기후위기 대응 관련 프로그램을 이행한다는 조건으로 채권국이 기존 부채 일부를 탕감해주는 채무 재조정 협상인 기후 대 채무 스와프(debt for climate swaps)도 미진한 실정이다.
반면,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속에서 기후부채와 생태부채 개념은 선진국과 국제금융기관의 공공부채에 대한 권력 우위에 위협을 주고 있다. 기후위기 책임은 낮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감축과 적응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나라들은 역사적, 현재적 다배출 나라로부터 손실·피해 배상금을 받고, 추가로 기술과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유엔과 국제금융기관에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유엔기후변화기본협약(UNFCCC)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논의가 그렇고, 2023년 6월에 열린 새로운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New Global Financing Pact)도 변죽만 울리고 끝났다.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59개 개도국 중 34개 국가가 재정위기 고위험으로 분류되는데, 국제적으로 기후 부정의의 악순환은 끊이지 않고,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부채-화석연료의 덫(debt-fossil fuel trap)이 여전히 건재하다. 우선 개도국과 빈국에서 부채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방해하는 작동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76개국 저소득 국가 중 절반이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있거나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식민주의에 뿌리를 둔 상품수출 의존의 덫(commodity export dependency trap)의 연장이다. 부채정의(Debt Justice)는 글로벌 사우스에서 부채와 화석연료 개발의 연결지점을 분석하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위해 부채 부담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021, 34개 저소득 국가들은 기후재정(54억 달러)보다 부채상환(294억 달러)에 5배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고, 앞으로도 부채상환 부담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부채상환 때문에 국가 재정을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전환에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화석연료 개발 수익도 상당 부분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예상 기대 수익에 미치지 못해 추가 부채를 통해 화석연료 개발을 확대하는 악순환의 늪에서 허우적댄다.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자는 국제 규범과 이니셔티브에 관심이 늘고 있지만, 실제 많은 사업에 양자간(미국, 중국, 일본 등), 다자간(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 등)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어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화석연료 개발에 고착되고 있다.
부채-화석연료의 덫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리고 현행 부채-금융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글로벌 사우스는 화석연료 생산을 줄여나갈 수 없게 된다. 탈탄소 에너지전환의 장애물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정의(Debt Justice)는 선진국과 국제기구·국제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다음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1) 조건 없는 부채 탕감 실행, 2) 화석연료 개발 관련 부채 무효 및 취소 3) 기후부채와 생태부채를 반영해 보상·배상 차원에서 기후기금 신설 및 추가, 4) 양자간·다자간 금융기관의 탈화석연료 기후위기 대응 로드맵 실행 등. [이정필 작성]
[참고 자료]
Jubilee Debt Campaign, Lower income countries spend five times more on debt payments than dealing with climate change, 2021.
Katharina Lütkehermöller, Veronica Hector, Aki Kachi, Climate, COVID-19, and the Developing Country Debt Crisis: Potential criteria for prioritising debt-for-climate swap support, NewClimate Institute, 2021.
Marcos Chamon et al., Debt-for-Climate Swaps: Analysis, Design, and Implementation, IMF Working Paper 2022/162, 2022.
Summit For A New Global Financing Pact: Conclusions And Next Steps
Tess Woolfenden, The debt-fossil fuel trap: Why debt is a barrier to fossil fuel phase-out and what we can do about it, Debt Justice, 2023.
메이저 기업을 포함해 화석연료와 그 인프라에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는 다양한 세력과 집단은 탈화석연료 에너지전환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최대한 전환과정을 지연하려고 각종 수단을 동원한다. 국제사회에서 부채 탕감은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로 구성된 경제적, 생태적 모순을 해결하는 핵심적인 주장으로 제기되어 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빈국과 개도국의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부채상환 유예 이니셔티브(Debt Service Suspension Initiative)로는 재정 건전성 제고나 녹색회복(green recovery)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채무국이 기후위기 대응 관련 프로그램을 이행한다는 조건으로 채권국이 기존 부채 일부를 탕감해주는 채무 재조정 협상인 기후 대 채무 스와프(debt for climate swaps)도 미진한 실정이다.
반면,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속에서 기후부채와 생태부채 개념은 선진국과 국제금융기관의 공공부채에 대한 권력 우위에 위협을 주고 있다. 기후위기 책임은 낮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감축과 적응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나라들은 역사적, 현재적 다배출 나라로부터 손실·피해 배상금을 받고, 추가로 기술과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유엔과 국제금융기관에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유엔기후변화기본협약(UNFCCC)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논의가 그렇고, 2023년 6월에 열린 새로운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New Global Financing Pact)도 변죽만 울리고 끝났다.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59개 개도국 중 34개 국가가 재정위기 고위험으로 분류되는데, 국제적으로 기후 부정의의 악순환은 끊이지 않고,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부채-화석연료의 덫(debt-fossil fuel trap)이 여전히 건재하다. 우선 개도국과 빈국에서 부채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방해하는 작동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76개국 저소득 국가 중 절반이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있거나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식민주의에 뿌리를 둔 상품수출 의존의 덫(commodity export dependency trap)의 연장이다. 부채정의(Debt Justice)는 글로벌 사우스에서 부채와 화석연료 개발의 연결지점을 분석하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위해 부채 부담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021, 34개 저소득 국가들은 기후재정(54억 달러)보다 부채상환(294억 달러)에 5배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고, 앞으로도 부채상환 부담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한 부채상환 때문에 국가 재정을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전환에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화석연료 개발 수익도 상당 부분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예상 기대 수익에 미치지 못해 추가 부채를 통해 화석연료 개발을 확대하는 악순환의 늪에서 허우적댄다.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자는 국제 규범과 이니셔티브에 관심이 늘고 있지만, 실제 많은 사업에 양자간(미국, 중국, 일본 등), 다자간(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 등) 대출이 이루어지고 있어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화석연료 개발에 고착되고 있다.
부채-화석연료의 덫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리고 현행 부채-금융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글로벌 사우스는 화석연료 생산을 줄여나갈 수 없게 된다. 탈탄소 에너지전환의 장애물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정의(Debt Justice)는 선진국과 국제기구·국제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다음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1) 조건 없는 부채 탕감 실행, 2) 화석연료 개발 관련 부채 무효 및 취소 3) 기후부채와 생태부채를 반영해 보상·배상 차원에서 기후기금 신설 및 추가, 4) 양자간·다자간 금융기관의 탈화석연료 기후위기 대응 로드맵 실행 등. [이정필 작성]
[참고 자료]
Jubilee Debt Campaign, Lower income countries spend five times more on debt payments than dealing with climate change, 2021.
Katharina Lütkehermöller, Veronica Hector, Aki Kachi, Climate, COVID-19, and the Developing Country Debt Crisis: Potential criteria for prioritising debt-for-climate swap support, NewClimate Institute, 2021.
Marcos Chamon et al., Debt-for-Climate Swaps: Analysis, Design, and Implementation, IMF Working Paper 2022/162, 2022.
Summit For A New Global Financing Pact: Conclusions And Next Steps
Tess Woolfenden, The debt-fossil fuel trap: Why debt is a barrier to fossil fuel phase-out and what we can do about it, Debt Justice,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