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정렌즈
에정렌즈

'바람이 불어온다' : 정책활동가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

2026년 1월 뉴스레터를 통해 소식을 나눌 회원은 김상철 회원입니다. 

김상철 회원은 현재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으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김상철 회원이 오랜 기간 주목해 온 공공교통 정책활동에 대한 고민을 나눕니다. 


[회원동정]  '바람이 불어온다' : 정책활동가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대의원


민주노동당다운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2004년, 서울시의 온갖 현안을 단 한 명의 시의원과 함께 짊어져야 했던 민주노동당의 유일한 정책 담당자. 그때부터였다. 준공영제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보며 "이건 틀렸다"고 단정적으로 말해온 지 벌써 20년이다. 당당하게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일이었던 시절, 나는 노동 통제와 사업주의 이익만 보장하는 이 제도의 기만함을 누구보다 먼저 꿰뚫어 보았다. 단무지와 쌀밥뿐인 식판 앞에 분노하며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던 그 뜨거운 감각이 내 활동의 뿌리였다.


결탁의 성벽에 가기 시작한 균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준공영제의 성벽에 틈이 생겼다. 2019년 사모펀드가 진출하며 오직 '수익'의 문법으로 시스템을 흔들기 시작했고, 끈적했던 노·사·정의 담합 구조도 파업과 통상임금 이슈로 어긋나기 시작했다. 승객은 줄어드는데 보조금만 늘어나는 기괴한 역설, 그리고 그 모든 비용을 당연하게 서울시(시민)가 떠안는 이 불합리한 구조를 언론과 정치권이 더는 묵인하지 않게 되었다. 20년간 외면받던 내 목소리에 세상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 동료들과 함께 한 치열한 노젓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을 몸소 체감하는 나날이다. 물론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터다. '공공교통네트워크'라는 틀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발을 맞춰온 동료들이 있었기에, 전면적 공영제라는 높은 벽 대신 '혼합운영체계'나 '민관 버스 법인' 같은 구체적인 중간 계단을 놓을 수 있었다. 오리가 물 위를 필사적으로 가르듯 동료들과 함께 정신없이 현장을 누비며, 이제 정말 이 지긋지긋한 구조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설렘이 손끝에 닿았다.


나침반을 잃어버린 정책가의 실존적 고민

그런데 이상하다. 그토록 갈망하던 변화가 구체적인 좌표로 다가올수록, 내 마음속엔 정체 모를 서늘함이 차오른다. 효율적인 노선, 투명한 회계, 통합된 운영체계. 다 좋은데 "그래서 그 끝은 어떤 사회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답할 길이 없다. 과거의 광장엔 뜨거운 '빨간색' 지향점이 있었기에 핑크색 대안을 붙들고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지향점이 흐릿해진 지금, 나는 그저 관행적으로 노를 저으며 떠내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몸은 어느 때보다 바쁘지만, 마음은 자꾸만 깊은 안개 속으로 가라앉는다.


ce794b4775328.png

▲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 개편안 분석발표 토론회 (2025. 11. 11. / 출처: 경실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