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정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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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스 원전 뷰'

2025-08-29

[에정렌즈] 

'핫 플레이스' 원전 뷰: 위험을 지우는 위험의 경관


강언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저기 가면 새로 생긴 카페가 있는데 뷰가 끝내줘! 원전 뷰인데 장난 아니야.” 


얼마 전 고리핵발전소에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들은 대화다. 원전 뷰? 처음엔 잘못 들었나 했는데 동해남부선 전철이 월내역에 다다를 즈음 창밖으로 보이는 고리핵발전소를 보고 두 사람이 대화를 이어가는 걸 들었다. 대화 속 원전 뷰가 그러니까 핵발전소 경관을 말한 것을 알았다. 실제로 고리원전 인근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카페와 숙박시설이 빠르게 늘었다. 드넓은 바다와 함께 거대한 돔을 배경 삼아 차를 마시고 낚시를 즐기고 여행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 아이의 친구 가족과 함께 수영장이 있는 대형 카페에서 만나 놀기로 했다. 카페에 도착해 보니 고리핵발전소가 너무나 잘 보이는 곳이 아닌가! 사람들은 저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저 대형 건물이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 마음이 복잡했다. 

황진태 연구자(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고리핵발전소를 중심으로 한국에서의 ‘위험경관(riskscape)’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분석한바 있다. 핵발전소가 단순한 에너지 시설이 아니라 권력 담론과 주민 경험, 지역의 생활문화가 얽혀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경관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와 산업은 핵발전소를 안전하고 발전적인 풍경으로 그려내지만, 주민들은 암 발병, 불안, 이주대책 싸움 속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원전을 국가 권력, 산업 이해, 주민 삶이 교차하는 ‘위험경관’으로 규정하며, 지배 담론과 저항 사이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고 말한다. 부산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나는 이런 거대한 발전소나 줄지어 선 송전탑의 경관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탈핵운동에 함께하지 않았다면, 핵발전소 지역의 경관은 나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었을까. 어떤 이들에게는 SNS에 올릴 만한 장면이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수십 년간 건강 피해와 생계 위협을 증명해야 하는 공간이다. 

얼마 전 월성핵발전소 인접지역주민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11년째 농성을 이어온 주민과 활동가를 만나러 경주 나아리에 다녀왔다. 914m라는 경계선 안팎에 따라 이주 여부가 갈리고, 갑상선암에 걸려도, 방사능에 피폭이 돼도 기준치 이하라며 책임을 외면당한 세월. 지진과 기후재난 속에서도 노후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며, 고준위 핵폐기물을 지역에 떠넘기는 비민주적인 에너지 정책. 야속의 세월을 건너오면서도 주민들은 계속 알려내고 싸우겠다고 말한다. 한쪽에서는 핵발전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다른 한쪽에서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농성을 이어간다. 11년째 농성을 이어온 월성 주민 황분희님의 말씀대로 ‘스위치만 올리면 너무 환하게, 편하게 전기를 쓰는’, ‘핵발전소의 실체를 모르는’ 우리가 이제는 그 풍경의 불편한 진실을 함께 직시하고, 위험을 지우고 주민들의 싸움을 없는 취급하는 정부와 핵 발전 사업자에 함께 분노하고 주민들과 더 깊은 연대의 손을 맞잡아야 하지 않을까.



<사진: 강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