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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정렌즈] '아시아의 종교와 기후정의운동의 대화' 후기

‘아시아의 종교와 기후정의운동의 대화’ 후기

 

민정희(ICE네트워크)

 


9월 18일 진행된 아시아 종교와 기후정의운동의 대화는, 한 아시아 종교단체 활동가의 “9월 기후정의 행진에 초대해달라”는 요청에서 시작되었다. COVID19로 인해 오랜만에 이뤄질 대면 만남이기에 아시아 활동가들의 행진 참가 조직 외에 다른 활동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이에 ICE네트워크는 AI 개발 경쟁 가속화와 AI 산업 확대로 인해 특히 기후위기 책임이 큰 산업국의 기후위기 대응이 후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AI 위기 속 돌파구 찾기’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국내 종교단체와 기후정의운동단체에도 함께 제안하게 됐다.


아시아 활동가들과는 7월 초부터 준비하기 시작해, 중요하게 다뤄질 주제에 대한 논의와 함께 방한에 필요한 초청장 전달과 항공권과 숙소 예약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다. 반면, 각 세션의 해외 발제자 섭외는 큰 난관이었다. 준비팀이 ‘생태, 정의,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바라본 AI’ 세션의 발제자로 염두에 두었던 북미의 AI 전문가들에 메일을 보냈으나 답이 없었다. ‘기후재난과 히말라야 수력발전’을 다뤄줄 발표자 또한 묵묵부답이었다. 이들에게 ICE네트워크는 무명의 단체이기에 답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예견됐었다. 그러나 우리를 잘 알고 있고, 한국에도 두 번이나 초청된 바 있는 인도네시아 활동가나 소통한 적 있던 APMDD의 활동가마저도 열흘 이상 답을 보내지 않아, 준비팀의 애를 태웠다. 다행히도 결국 행사 1주일을 남겨놓고 인도에서 활동하는 AI 연구자와 댐과 강을 연구하는 인도 연구자를 섭외할 수 있었고, 인도네시아와 APMDD 활동가로부터도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


발표자 섭외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종교단체의 발제가 균형 있게 배치되지 못했으며, 줌(zoom) 통역 기능 세팅 문제로 행사가 지연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아시아적 맥락을 고려한 행사 주제에 어울리는, 아시아의 연구자와 활동가들과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과를 얻은 행사였다고 믿고 싶다. 특히, AI 문제를 발표한 아디티 필라이(Aditi Pilai /IT for Change)는 서구적 관점의 AI 개발과 보안 알고리즘이 어떻게 비영어 아시아권 언어를 간과하고 있고, 아시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비판해온 연구자다. 이날 발표에서 그는 글로벌 남반구 지역의 추출 확대 결과로 이어지는 AI 개발을 염두에 둔 듯 “AI 시스템을 알고리즘이라는 추상적인 시스템이 아닌 인프라로 접근해야 AI 시스템이 디지털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자리하는지, 그리고 역동적인 사회적·기술적 구조로서 어떻게 기능할지 파악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AI 생산과정의 비서구적 정체성과 사회성의 틀을 확인하고 서구적 규범을 기준으로 삼는 관행을 해체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절반의 성과에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프로그램 준비가 늦게 시작되었고, 그러다 보니 협력단체들과 프로그램 내용을 조율할 여유가 없었다. 또한 온라인 중계에다 동시통역까지 준비했으나 아시아 활동가들의 참여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시작이 지연되면서 ‘대화’라는 형식이 무색하게도, 청중들이 제기한 질문에 대해 충분한 토론이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결과의 주된 요인은 주최 단체의 인력 부족이나 재정 문제, 그리고 행사 준비 일정이 919기후정의행진 준비 일정과 겹쳤던 상황과도 관련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저런 문제점을 열거하는 동안, 대면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시아 활동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좋았다.”, “왜 ICE 혼자서 초청경비를 비롯해 모든 경비를 부담하느냐?”라는 질문부터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자원 활동하겠다.” 또는 “기금모금도 거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확 풀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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