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정렌즈] '착한 에너지기행 2026: 베이징, 내몽골편'을 다녀와서
윤태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회원
8월 17일 이른 4시 50분, 수원에서 공항버스를 탔다. 그리고 9시 10분, 김포공항을 떠나 베이징으로 향했다. 박철현 선생님(해설자)과 이정필 소장님(에정연)을 포함하여 24명이다. 《착한 에너지 기행》, 2010년에 발행한 책 이름을 다시 쓴 것인데, 전작이 주로 유럽을 둘러본 경험이라면 이번에는 중국이다. 이번 중국 기행은 내몽골자치구 쿠부치사막에 대규모로 건설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소와 사막 녹화 사업을 살펴보는 것이 주 내용인데,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중국을 ‘잘’ 알아야겠다는 인식 전환이 일어나는 중이기도 해서 참여 욕구가 더 커졌다.
1. 베이징의 798예술구와 베이징 북역
베이징은 서울·인천·경기를 합친 면적보다 약 1.3배 정도 넓고, 위도는 압록강 끝에 위치한 신의주와 비슷한 39.9도이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베이징 서우두 공항(북경수도국제공항)에 내렸고, 첫 일정으로 베이징 중심가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798예술구를 돌아다녔다. 오래된 공업지구인데 공장들이 옮겨가면서 예술 창작소, 미술 전시관, 공예품과 소품들을 제작·전시·판매하는 관광지가 된 곳이었다. 이어서 베이징북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서북쪽 방향으로 약 500km를 달려서 내몽골자치구 바오터우역으로 가, 다시 버스를 타고 쿠부치사막 내에 있는 숙소로 이동하였다.
베이징북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역사 안으로 들어가려면 공항에 준하는 소지품 및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고 신분증 스캔(내국인은 신분증, 외국인은 여권)도 거쳐야 했다. 798예술구에서 산 장난감 주석 칼이 휴대 금지 품목에 해당할 수 있다 하여 현지 가이드에게 맡기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열차를 탈 때마다 신분증과 짐 검사라니? 좀 지나치지 않은가 싶기도 했지만 베이징 및 중국 여행이 안전하다고 하는 이유가 느껴지기도 했다. 고속열차는 시속 350km 정도로 달리는 G열차와 시속 250km 정도의 D열차가 있는데, 우리는 D열차를 타고 장장 4시간을 달려서야 내몽골자치구 바오터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열차는 KTX와 비슷했는데, 객차 사이에 편의점처럼 뜨거운 식수를 사용할 수 있어서 자리에서 컵라면과 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자다가 깨다가 하며 어둠 속을 달려 내몽골까지 갔다.
2. 숙소와 사막과학관, 태양광발전응용선도기지

▲ 쿠부치 사막 동편에서 떠오르는 아침해. 우측 건물은 숙소 바로 옆의 사막과학관 Ⓒ윤태관
숙소는 바오터우역에서 버스로 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언거베이 호텔(내몽골자치구 오르도스시 다라트기 내 생태시범구 안에 위치한 언거베이 연구캠프)이었다. 쿠부치사막의 동쪽 지역이라고는 하는데 구글 지도로 보니 사방에 사막밖에 없는, 사막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숙소에는 이미 100여 명의 중국 청소년들이 합숙 중이었다. 그렇게 짐을 풀고 사막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둘째 날은 숙소 바로 옆 사막과학관 방문으로 시작했다. 그 지역(언거베이)은 과도한 방목 등으로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황폐지가 된 곳이었는데, 1990년대 초반부터 식물을 심고 가꾸면서 녹화의 기적을 이루어 내었고 그 중심부에 2011년 사막과학관을 세웠다고 한다.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식물을 찾아내고,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 방식으로 심고 또 심어서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녹지로 바꾼 것이다. 여의도의 70배 정도 면적 중 78% 정도를 식생으로 바꾸어 내면서 모래폭풍이 사라지고 농업이 가능해졌으며, 우리가 머문 숙소(언거베이 연구캠프)와 사막과학관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니 놀랍기만 하였다.
이어서 ‘태양광 만리장성’, ‘달리는 말’로 유명한 태양광발전 응용선도기지에 갔다. 약 10층 높이 정도 되는 전망대에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끝없이 세워진 태양광 발전 패널에도 놀랐지만 그 너머로 여전히 황량한 사막이 더 펼쳐져 있는 풍경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현재까지 1차와 2차에 걸쳐 각 500MW 규모로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여, 설치용량 기준 1GW 정도가 운용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구형 원자로 2개 수준의 시설이다. 전망대 꼭대기에 설치된 안내판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은 쿠부치사막 서쪽으로 계속 확장할 계획이며 현재의 몇 배 수준에 이르도록 확장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내몽골자치구에서 더 서쪽에 위치한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도 엄청난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이미 건립되어 있고 지금도 확장 중이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태양광 발전 설비는 1,202GW로 세계 1위(점유율 35.5%)이다. 그런데 전망대를 내려와서 놀란 눈으로 다시 본 것은, 태양광 발전 패널 아래에 크고 작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폐광에서 물을 끌어다가 자동급수기로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 멀리 모든 태양광 패널마다 바스락거리는 모래가 아니라 크고 작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빠짐없이 급수 호스가 이어져 있었다. 사막에 식물이 살아가도록 하여 녹화를 이루고,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다시 그 그늘을 이용해 식용 작물을 재배하거나 양이나 염소를 키우는 등 농업과 목축업을 병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 태양광패널 아래에는 풀이 자라고 있고, 그 너머에는 끝이 안 보이는 사막, 사막, 사막이다. Ⓒ윤태관
3. 쿠부치 사막의 모래를 만지다
점심을 먹고 쿠부치사막 체험으로 이어갔다. 리프트를 타려고 입장하는데 머리에 덮어쓰는 터번부터 마스크, 심지어 기다란 눈썰매와 모래놀이 세트까지 판매하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뭘까? 리프트를 타고 30분가량을 대롱대롱 매달려 사막 한가운데까지 갔다. 고요와 적막. 버석거릴 듯한 메마른 모래와 사이사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풀들, 작은 나무들. 눈을 돌리니 가까이에는 풀, 가운데에는 태양광 패널, 저 멀리에는 누런 사막이 펼쳐진 복합적 풍경에 마음도 복잡해졌다. 사막의 거대한 위용과 그 안에서 자연을 견디며 적응해 살아가려는 인간의 노력, 어디까지가 자연의 보전이고 어디까지가 자연의 이용인가 하는 복잡한 생각들.
녹지가 끝나고 모래와 모래산만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내리자마자 모래부터 한 움큼 쥐었다. 부드럽고 가는 모래였다. 이것이 바람이 불면 움직인다는 사막, 길을 잃으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사막의 모래구나 싶었다. 이어서 낙타 타기 체험이 있었는데, 여섯 명만 체험하고 다른 분들은 체험을 사양하였다. 살아 있는 동물을 동물원에 가두고 볼거리로 만들거나 인간의 유희를 위해 먹이를 제한하고 회초리를 드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한 번에 150kg이 넘는 짐을 질 수 있고, 사람이 아닌 짐을 싣고 ‘돌아오지 못하는 곳’이라는 실크로드의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다녔다는 그 낙타를 보고 싶었고, 미안하지만 타보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하였던 터였다.
체험자 여섯 명에 포함되어 낙타를 타고 언덕을 두어 개 돌다 보니 저 멀리까지 모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막막한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같이 갔던 아들이 “낙타야 고마워.”라고 인사하는 말에서, 인류 전체가 길들인 대형 포유류가 10여 종이 안 되며 그 성공 여부가 초기 문명의 발전 속도를 갈랐다는 《총, 균, 쇠》의 한 부분이 새삼 떠올랐다. 낙타가 없었다면 서역의 불경을 중국에 전한 현장법사도, 신라에서 인도까지 다녀온 혜초 스님도 그 사막을 건널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20세기 초반 독일, 러시아 등 제국주의 탐험가들이 둔황과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약탈한 것도 낙타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기는 했다. 아무튼, 끝없이 펼쳐진 사막은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하는, 막막하고 비장한 자연의 모습이었다.
4. 바오터우강철 여유풍경구 그리고 베이징에서 마지막 밤
셋째 날, 내몽골의 중심부에 위치한 바오터우시에 있는 바오강 공업단지를 견학하였다. 1950년대 중반 구소련의 지원으로 강철산업단지를 건설하게 되었고, 전국적 지원을 받아서 중국 최대 규모의 제철, 제강, 압연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인근의 바이윈어보 광산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지여서 바오강 공업단지에서는 희토류를 이용한 금속산업들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바오터우동역에서 다시 고속열차로 3시간 20분을 달려 베이징 칭허역에 도착하였다. 이때는 갈 때와 달리 오후여서 창밖 풍경을 한껏 볼 수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송전탑(사막의 태양광 발전기지에서 베이징으로 가는)과 저 멀리 셀 수도 없이 서 있는 풍력발전기들(중국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651GW로, 역시나 세계 1위이다.), 그리고 옥수수와 해바라기로 가득한 들판을 똑같은 풍경처럼 계속 보았다. 중국도 재생에너지의 생산은 서쪽에, 그리고 소비는 동쪽에 몰려 있는 지역적 불균형이 크구나 싶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는 시내 호텔에 짐을 풀어두고 근처의 차 없는 거리를 걷다가 길가의 양꼬치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현지 가이드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듯이, 베이징이, 중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한 곳’이라는 말에 상당히 공감하게 되었다. 길거리는 어디든 깨끗했고 지나는 사람들은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평범하기만 했다. 베이징 칭허역 계단에는 여름날 초저녁 버스킹 공연을 구경하려는 청소년부터 유아차를 밀고 나온 젊은 부부들까지 들떠 있었고, 꼬치집에서 맥주를 서빙하는 초보 같은 아르바이트생은 서툴기만 했다.
특이한 것은 베이징은 주소지 등록이나 차량 등록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었다. 베이징 시민이 되는 절차는 매우 까다롭고 제한적이며, 차를 구입해서 베이징에 등록하려면 보통 100 대 1의 경쟁을 거쳐야 하고, 타지에 등록지를 둔 차는 연간 베이징 시내에 들어올 수 있는 통행시간 총량에 제한이 있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전기요금이 선불제라는 말에 또 한 번 놀랐는데, 가이드로 동행한 박철현 선생님은 유학생 시절에 미리 지불한 전기요금이 소진되는 바람에 순간 전기가 끊어지는 경험도 했다고 한다. 어디든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그곳에 적용되는 관습이나 규칙은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기도 한다. 역시 우물 안 개구리는 시야가 좁은 법이다.
5. 중국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보기
중국, 참 알기 어려운 나라다. 크기도 크고 사람도 많고 역사도 복잡하며 얽혀 있는 사안들도 많다. 하지만 청나라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북벌을 논하는 사람들을 비판하였던 연암 박지원 선생의 말씀을 떠올린다면, 지금의 내가 한반도 남쪽의 ‘섬’에 갇힌 시야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보려는 마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석탄발전소도 세계 최대 규모이다. 다행인 것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점 아닐까. 중국의 전기차 비중이 15%이고 2025년 기준 신차 판매의 60%가 전기차라는 현실이, 베이징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실감 어린 말과 동떨어진 것은 아닐 듯하다.
이번 중국 기행으로 사막의 거대함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한편으로 인간이 참 왜소한 존재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그런 거대한 사막에 한 포기씩 한 그루씩 풀을 심고 나무를 가꾸어 온 사람들의 도전과 노고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리고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늘려가는 노력도 지구별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태양광패널 아래로 자라고 있는 풀들 사이로 촘촘히 깔린 급수 호스 Ⓒ윤태관
[에정렌즈] '착한 에너지기행 2026: 베이징, 내몽골편'을 다녀와서
윤태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회원
8월 17일 이른 4시 50분, 수원에서 공항버스를 탔다. 그리고 9시 10분, 김포공항을 떠나 베이징으로 향했다. 박철현 선생님(해설자)과 이정필 소장님(에정연)을 포함하여 24명이다. 《착한 에너지 기행》, 2010년에 발행한 책 이름을 다시 쓴 것인데, 전작이 주로 유럽을 둘러본 경험이라면 이번에는 중국이다. 이번 중국 기행은 내몽골자치구 쿠부치사막에 대규모로 건설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소와 사막 녹화 사업을 살펴보는 것이 주 내용인데, 이 외에도 개인적으로 중국을 ‘잘’ 알아야겠다는 인식 전환이 일어나는 중이기도 해서 참여 욕구가 더 커졌다.
1. 베이징의 798예술구와 베이징 북역
베이징은 서울·인천·경기를 합친 면적보다 약 1.3배 정도 넓고, 위도는 압록강 끝에 위치한 신의주와 비슷한 39.9도이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베이징 서우두 공항(북경수도국제공항)에 내렸고, 첫 일정으로 베이징 중심가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798예술구를 돌아다녔다. 오래된 공업지구인데 공장들이 옮겨가면서 예술 창작소, 미술 전시관, 공예품과 소품들을 제작·전시·판매하는 관광지가 된 곳이었다. 이어서 베이징북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서북쪽 방향으로 약 500km를 달려서 내몽골자치구 바오터우역으로 가, 다시 버스를 타고 쿠부치사막 내에 있는 숙소로 이동하였다.
베이징북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역사 안으로 들어가려면 공항에 준하는 소지품 및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고 신분증 스캔(내국인은 신분증, 외국인은 여권)도 거쳐야 했다. 798예술구에서 산 장난감 주석 칼이 휴대 금지 품목에 해당할 수 있다 하여 현지 가이드에게 맡기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열차를 탈 때마다 신분증과 짐 검사라니? 좀 지나치지 않은가 싶기도 했지만 베이징 및 중국 여행이 안전하다고 하는 이유가 느껴지기도 했다. 고속열차는 시속 350km 정도로 달리는 G열차와 시속 250km 정도의 D열차가 있는데, 우리는 D열차를 타고 장장 4시간을 달려서야 내몽골자치구 바오터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열차는 KTX와 비슷했는데, 객차 사이에 편의점처럼 뜨거운 식수를 사용할 수 있어서 자리에서 컵라면과 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자다가 깨다가 하며 어둠 속을 달려 내몽골까지 갔다.
2. 숙소와 사막과학관, 태양광발전응용선도기지
▲ 쿠부치 사막 동편에서 떠오르는 아침해. 우측 건물은 숙소 바로 옆의 사막과학관 Ⓒ윤태관
숙소는 바오터우역에서 버스로 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언거베이 호텔(내몽골자치구 오르도스시 다라트기 내 생태시범구 안에 위치한 언거베이 연구캠프)이었다. 쿠부치사막의 동쪽 지역이라고는 하는데 구글 지도로 보니 사방에 사막밖에 없는, 사막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숙소에는 이미 100여 명의 중국 청소년들이 합숙 중이었다. 그렇게 짐을 풀고 사막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둘째 날은 숙소 바로 옆 사막과학관 방문으로 시작했다. 그 지역(언거베이)은 과도한 방목 등으로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황폐지가 된 곳이었는데, 1990년대 초반부터 식물을 심고 가꾸면서 녹화의 기적을 이루어 내었고 그 중심부에 2011년 사막과학관을 세웠다고 한다.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식물을 찾아내고,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 방식으로 심고 또 심어서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녹지로 바꾼 것이다. 여의도의 70배 정도 면적 중 78% 정도를 식생으로 바꾸어 내면서 모래폭풍이 사라지고 농업이 가능해졌으며, 우리가 머문 숙소(언거베이 연구캠프)와 사막과학관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니 놀랍기만 하였다.
이어서 ‘태양광 만리장성’, ‘달리는 말’로 유명한 태양광발전 응용선도기지에 갔다. 약 10층 높이 정도 되는 전망대에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끝없이 세워진 태양광 발전 패널에도 놀랐지만 그 너머로 여전히 황량한 사막이 더 펼쳐져 있는 풍경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현재까지 1차와 2차에 걸쳐 각 500MW 규모로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여, 설치용량 기준 1GW 정도가 운용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구형 원자로 2개 수준의 시설이다. 전망대 꼭대기에 설치된 안내판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은 쿠부치사막 서쪽으로 계속 확장할 계획이며 현재의 몇 배 수준에 이르도록 확장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내몽골자치구에서 더 서쪽에 위치한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도 엄청난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이미 건립되어 있고 지금도 확장 중이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태양광 발전 설비는 1,202GW로 세계 1위(점유율 35.5%)이다. 그런데 전망대를 내려와서 놀란 눈으로 다시 본 것은, 태양광 발전 패널 아래에 크고 작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폐광에서 물을 끌어다가 자동급수기로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 멀리 모든 태양광 패널마다 바스락거리는 모래가 아니라 크고 작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빠짐없이 급수 호스가 이어져 있었다. 사막에 식물이 살아가도록 하여 녹화를 이루고,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다시 그 그늘을 이용해 식용 작물을 재배하거나 양이나 염소를 키우는 등 농업과 목축업을 병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 태양광패널 아래에는 풀이 자라고 있고, 그 너머에는 끝이 안 보이는 사막, 사막, 사막이다. Ⓒ윤태관
3. 쿠부치 사막의 모래를 만지다
점심을 먹고 쿠부치사막 체험으로 이어갔다. 리프트를 타려고 입장하는데 머리에 덮어쓰는 터번부터 마스크, 심지어 기다란 눈썰매와 모래놀이 세트까지 판매하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뭘까? 리프트를 타고 30분가량을 대롱대롱 매달려 사막 한가운데까지 갔다. 고요와 적막. 버석거릴 듯한 메마른 모래와 사이사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풀들, 작은 나무들. 눈을 돌리니 가까이에는 풀, 가운데에는 태양광 패널, 저 멀리에는 누런 사막이 펼쳐진 복합적 풍경에 마음도 복잡해졌다. 사막의 거대한 위용과 그 안에서 자연을 견디며 적응해 살아가려는 인간의 노력, 어디까지가 자연의 보전이고 어디까지가 자연의 이용인가 하는 복잡한 생각들.
녹지가 끝나고 모래와 모래산만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내리자마자 모래부터 한 움큼 쥐었다. 부드럽고 가는 모래였다. 이것이 바람이 불면 움직인다는 사막, 길을 잃으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사막의 모래구나 싶었다. 이어서 낙타 타기 체험이 있었는데, 여섯 명만 체험하고 다른 분들은 체험을 사양하였다. 살아 있는 동물을 동물원에 가두고 볼거리로 만들거나 인간의 유희를 위해 먹이를 제한하고 회초리를 드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한 번에 150kg이 넘는 짐을 질 수 있고, 사람이 아닌 짐을 싣고 ‘돌아오지 못하는 곳’이라는 실크로드의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다녔다는 그 낙타를 보고 싶었고, 미안하지만 타보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하였던 터였다.
체험자 여섯 명에 포함되어 낙타를 타고 언덕을 두어 개 돌다 보니 저 멀리까지 모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막막한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같이 갔던 아들이 “낙타야 고마워.”라고 인사하는 말에서, 인류 전체가 길들인 대형 포유류가 10여 종이 안 되며 그 성공 여부가 초기 문명의 발전 속도를 갈랐다는 《총, 균, 쇠》의 한 부분이 새삼 떠올랐다. 낙타가 없었다면 서역의 불경을 중국에 전한 현장법사도, 신라에서 인도까지 다녀온 혜초 스님도 그 사막을 건널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20세기 초반 독일, 러시아 등 제국주의 탐험가들이 둔황과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약탈한 것도 낙타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기는 했다. 아무튼, 끝없이 펼쳐진 사막은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하는, 막막하고 비장한 자연의 모습이었다.
4. 바오터우강철 여유풍경구 그리고 베이징에서 마지막 밤
셋째 날, 내몽골의 중심부에 위치한 바오터우시에 있는 바오강 공업단지를 견학하였다. 1950년대 중반 구소련의 지원으로 강철산업단지를 건설하게 되었고, 전국적 지원을 받아서 중국 최대 규모의 제철, 제강, 압연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인근의 바이윈어보 광산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지여서 바오강 공업단지에서는 희토류를 이용한 금속산업들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바오터우동역에서 다시 고속열차로 3시간 20분을 달려 베이징 칭허역에 도착하였다. 이때는 갈 때와 달리 오후여서 창밖 풍경을 한껏 볼 수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송전탑(사막의 태양광 발전기지에서 베이징으로 가는)과 저 멀리 셀 수도 없이 서 있는 풍력발전기들(중국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651GW로, 역시나 세계 1위이다.), 그리고 옥수수와 해바라기로 가득한 들판을 똑같은 풍경처럼 계속 보았다. 중국도 재생에너지의 생산은 서쪽에, 그리고 소비는 동쪽에 몰려 있는 지역적 불균형이 크구나 싶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는 시내 호텔에 짐을 풀어두고 근처의 차 없는 거리를 걷다가 길가의 양꼬치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현지 가이드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듯이, 베이징이, 중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한 곳’이라는 말에 상당히 공감하게 되었다. 길거리는 어디든 깨끗했고 지나는 사람들은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평범하기만 했다. 베이징 칭허역 계단에는 여름날 초저녁 버스킹 공연을 구경하려는 청소년부터 유아차를 밀고 나온 젊은 부부들까지 들떠 있었고, 꼬치집에서 맥주를 서빙하는 초보 같은 아르바이트생은 서툴기만 했다.
특이한 것은 베이징은 주소지 등록이나 차량 등록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었다. 베이징 시민이 되는 절차는 매우 까다롭고 제한적이며, 차를 구입해서 베이징에 등록하려면 보통 100 대 1의 경쟁을 거쳐야 하고, 타지에 등록지를 둔 차는 연간 베이징 시내에 들어올 수 있는 통행시간 총량에 제한이 있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전기요금이 선불제라는 말에 또 한 번 놀랐는데, 가이드로 동행한 박철현 선생님은 유학생 시절에 미리 지불한 전기요금이 소진되는 바람에 순간 전기가 끊어지는 경험도 했다고 한다. 어디든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그곳에 적용되는 관습이나 규칙은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기도 한다. 역시 우물 안 개구리는 시야가 좁은 법이다.
5. 중국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보기
중국, 참 알기 어려운 나라다. 크기도 크고 사람도 많고 역사도 복잡하며 얽혀 있는 사안들도 많다. 하지만 청나라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북벌을 논하는 사람들을 비판하였던 연암 박지원 선생의 말씀을 떠올린다면, 지금의 내가 한반도 남쪽의 ‘섬’에 갇힌 시야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보려는 마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석탄발전소도 세계 최대 규모이다. 다행인 것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는 점 아닐까. 중국의 전기차 비중이 15%이고 2025년 기준 신차 판매의 60%가 전기차라는 현실이, 베이징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실감 어린 말과 동떨어진 것은 아닐 듯하다.
이번 중국 기행으로 사막의 거대함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한편으로 인간이 참 왜소한 존재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그런 거대한 사막에 한 포기씩 한 그루씩 풀을 심고 나무를 가꾸어 온 사람들의 도전과 노고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리고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늘려가는 노력도 지구별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태양광패널 아래로 자라고 있는 풀들 사이로 촘촘히 깔린 급수 호스 Ⓒ윤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