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윤석열 새 정부의 '전환 백래시'
[초록發光] 尹 정부, 전환 철학 부재 직시해야
탈 탄소 에너지전환 과정을 대략 네 단계로 설명하곤 한다. 준비단계(1), 시작단계(2), 가속단계(3), 안정단계(4)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전환의 질적, 양적 변화 양상을 묘사하는 차원에서 활용한다.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탄소중립을 주제로 하는 발표와 토론에서 질문을 던지면, 한국은 준비단계와 시작단계 사이에 있거나, 시작단계에 진입했다는 답변을 듣곤 했다. 가속단계로 평가할 수 있는 덴마크, 스페인, 독일, 영국 등에 비하면 당연한 진단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 서술적 단계적 구분이 전환을 둘러싼 전반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전환동학과 그 역동성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환의 목표, 유형, 경로가 다양하고, 그만큼 쟁점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구조적 제약과 대안적 역량에 따라, 그리고 의도적 행위와 외생적 변수에 따라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전환 과정의 비선형성과 비결정성에 주목해야 한다. 지지와 반대라는 사회적, 정치적 투쟁에 따라 특정 전환경로는 전진하기도 후퇴하기도 한다. 그 결과, 전환경로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을 겪으면서 세상은 전환 시대의 논리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장기적 변화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당면 대응책에 대한 입장은 달리 나타난다. 화석연료 인프라 구축 및 확대는 탄소 고착을 야기해 전환 동력을 약화시키거나 전환 장애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핵에너지 확산으로는 탄소중립 2030년 시간대의 변곡점에 결코 도달할 수 없으며, 전력 시스템의 경직성이라는 불안요소를 가중할 뿐이다.
유럽이나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달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기후-에너지 계획의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향후 5년은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2022~2027년에 펼칠 세련된 정책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주요 계획서에 핵 발전의 전력비중 목표를 높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수명 종료 원전의 계속 운전 허가'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폐기물이라는 밀린 숙제에 더해져 탄핵-탈핵의 사회적 갈등은 격화될 것이 뻔하다.
반면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는 그만큼 축소될 것이다. 최근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주민 참여과 이익 공유라는 에너지전환의 정책 기조가 흔들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재생에너지의 양정 성장과 함께 사회기술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에너지 시스템 통합이 지연되지 않을까, 부정적 전망을 지울 수 없다.
산업 부문의 감축 비중 조정 여부가 주요 포인트가 되겠지만,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총론은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묻지마 원전' 혹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는 탈탄소 정의로운 전환 사회를 지향하는 다양한 담론과 사회적 실천을 방해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늦었지만 2022년에 산업 전환, 노동 전환, 지역 전환의 윤곽이 잡혀야 하는데, 정의로운 전환의 거버넌스 구성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묻지마 위원회'로 큰 소동이 벌어질 게 거의 확실하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이 몇몇 정책과 정책 조합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전 정부의 공과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학계와 시민 사회 역시 지난 5년 전환 과정의 기획과 실행에 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대선 이후 전개되고 있는 전환 저항의 원인과 성격도 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윤석열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지 않으려면, 자신과 측근 그리고 주변 세력이 보여주는 전환 철학의 부재 상태를 직시해야 한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자기 고백은 전환 정치가 아니라 현상유지 정치(politics as usual)의 세계관을 분명하게 밝힌 자기 신념이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은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어떻게 호명하든 사회를 지배한다. 사회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둘러싼 권력망도 마찬가지다. 다중 스케일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기득권을 확대하거나 유지하려는 세력은 자신들의 논리와 정서를 스스로 포기할 수 없다. 핵에너지와 동급 취급을 받더라도, 재생에너지의 생산-유통-소비의 전주기에서도 사람-생태보다 자본-기술을 우선하는 권력 구조가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질문하자.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 시스템의 전환 실패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환 초기 과도기의 백랙시(backlash)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할지 모른다. 전환의 목표와 방향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계속해서 법적 근거와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적극 계승하는 이재명 행정부가 들어섰더라면 2030년까지 가속단계에서 속도감을 느꼈을 텐데라고.
다른 이들은 불만을 토로할지 모른다. 탈 탄소 에너지전환의 명확한 법 규정과 그에 적합한 규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가역적 전환과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고, 전략적 틈새를 보호하는 제도가 부족했으며 지역 사회의 정책 수용성과 전환 역량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왜 더 철저하지 못했냐고, 왜 더 체계적이지 못했냐고 따질 것이다. 타당한 비판이지만, 어쨌든 그 결과는 정부와 여당의 전환 정치 실력과 수준이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급진주의 전환 경로를 이념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선택할 이유도 없다.
전환의 유형과 경로가 다양하다는 설명이 마치 너도 맞고, 나도 맞고, 모두 맞다는 해석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서 전환 헤게모니 투쟁의 결과에 따라 정당성은 움직인다. 앞으로 어떤 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 기후 재해나 에너지 인프라의 사건․사고가 전환 논쟁의 향방을 좌우할 수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2035년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 금지’에서 촉발되는 것도 좋겠다. 발전 부문을 제외하면 탈탄소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기 때문에, 에너지전환 백래시와 어떻게 상호 작용할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제 우리는 어느 경로로 가야 할까? 전환정책의 급진화는커녕 정책 퇴행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답답하지만, 사회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전환 주체들이 곳곳에서 서로 만나고 있음을 확인하는 요즘이다. 마침 지방선거도 있으니 선거 전후로 지역 전환의 새판을 짜는 데 깊숙이 개입해 보면 어떨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10년 동안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퍼져나간 전환 운동 덕분에 지방 정부의 전환 실험도 가능했고, 중앙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전환의 리스케일링은 힘 빠지는 방어전이 아니다. 지역은 반복 과정에서 새로운 차이를 생성하는 전환 공간이다. 지역 사회와 연구 집단의 자기 혁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두 번째 지역순회 일정으로 20일 광주광역시 첨단 3단지 국가 인공지능(AI) 집적단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록發光] 尹 정부, 전환 철학 부재 직시해야
이런 현상 서술적 단계적 구분이 전환을 둘러싼 전반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전환동학과 그 역동성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환의 목표, 유형, 경로가 다양하고, 그만큼 쟁점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구조적 제약과 대안적 역량에 따라, 그리고 의도적 행위와 외생적 변수에 따라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전환 과정의 비선형성과 비결정성에 주목해야 한다. 지지와 반대라는 사회적, 정치적 투쟁에 따라 특정 전환경로는 전진하기도 후퇴하기도 한다. 그 결과, 전환경로 자체가 변할 수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을 겪으면서 세상은 전환 시대의 논리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장기적 변화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당면 대응책에 대한 입장은 달리 나타난다. 화석연료 인프라 구축 및 확대는 탄소 고착을 야기해 전환 동력을 약화시키거나 전환 장애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핵에너지 확산으로는 탄소중립 2030년 시간대의 변곡점에 결코 도달할 수 없으며, 전력 시스템의 경직성이라는 불안요소를 가중할 뿐이다.
유럽이나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달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는 기후-에너지 계획의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향후 5년은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2022~2027년에 펼칠 세련된 정책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주요 계획서에 핵 발전의 전력비중 목표를 높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수명 종료 원전의 계속 운전 허가'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폐기물이라는 밀린 숙제에 더해져 탄핵-탈핵의 사회적 갈등은 격화될 것이 뻔하다.
반면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는 그만큼 축소될 것이다. 최근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자립률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주민 참여과 이익 공유라는 에너지전환의 정책 기조가 흔들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재생에너지의 양정 성장과 함께 사회기술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에너지 시스템 통합이 지연되지 않을까, 부정적 전망을 지울 수 없다.
산업 부문의 감축 비중 조정 여부가 주요 포인트가 되겠지만,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총론은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묻지마 원전' 혹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는 탈탄소 정의로운 전환 사회를 지향하는 다양한 담론과 사회적 실천을 방해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늦었지만 2022년에 산업 전환, 노동 전환, 지역 전환의 윤곽이 잡혀야 하는데, 정의로운 전환의 거버넌스 구성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묻지마 위원회'로 큰 소동이 벌어질 게 거의 확실하다.
역대 정부가 그랬듯이 몇몇 정책과 정책 조합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전 정부의 공과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학계와 시민 사회 역시 지난 5년 전환 과정의 기획과 실행에 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대선 이후 전개되고 있는 전환 저항의 원인과 성격도 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윤석열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지 않으려면, 자신과 측근 그리고 주변 세력이 보여주는 전환 철학의 부재 상태를 직시해야 한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자기 고백은 전환 정치가 아니라 현상유지 정치(politics as usual)의 세계관을 분명하게 밝힌 자기 신념이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은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어떻게 호명하든 사회를 지배한다. 사회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둘러싼 권력망도 마찬가지다. 다중 스케일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기득권을 확대하거나 유지하려는 세력은 자신들의 논리와 정서를 스스로 포기할 수 없다. 핵에너지와 동급 취급을 받더라도, 재생에너지의 생산-유통-소비의 전주기에서도 사람-생태보다 자본-기술을 우선하는 권력 구조가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질문하자.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 시스템의 전환 실패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전환 초기 과도기의 백랙시(backlash)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할지 모른다. 전환의 목표와 방향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계속해서 법적 근거와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적극 계승하는 이재명 행정부가 들어섰더라면 2030년까지 가속단계에서 속도감을 느꼈을 텐데라고.
다른 이들은 불만을 토로할지 모른다. 탈 탄소 에너지전환의 명확한 법 규정과 그에 적합한 규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가역적 전환과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고, 전략적 틈새를 보호하는 제도가 부족했으며 지역 사회의 정책 수용성과 전환 역량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왜 더 철저하지 못했냐고, 왜 더 체계적이지 못했냐고 따질 것이다. 타당한 비판이지만, 어쨌든 그 결과는 정부와 여당의 전환 정치 실력과 수준이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급진주의 전환 경로를 이념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선택할 이유도 없다.
전환의 유형과 경로가 다양하다는 설명이 마치 너도 맞고, 나도 맞고, 모두 맞다는 해석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서 전환 헤게모니 투쟁의 결과에 따라 정당성은 움직인다. 앞으로 어떤 계기가 발생할지 모른다. 기후 재해나 에너지 인프라의 사건․사고가 전환 논쟁의 향방을 좌우할 수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2035년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 금지’에서 촉발되는 것도 좋겠다. 발전 부문을 제외하면 탈탄소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기 때문에, 에너지전환 백래시와 어떻게 상호 작용할지, 흥미로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