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발광바람을 이윤으로? 녹색 개발주의는 '봉이 김선달'일까 /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2024-11-05

[초록發光] 에너지전환의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바람을 이윤으로? 녹색 개발주의는 '봉이 김선달'일까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한국과 미국에서 '대통령의 자격'이 논란이 되는 요즘, 주변에서 공공재생에너지에 대한 질문을 제법 많이 받는다.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쟁점 역시 '에너지의 자격'으로 풀어볼 수 있겠다. 현재 '공공재생에너지연대'라는 느슨한 네트워크로 묶인 이들이 공동으로 연구해 발표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전략(2023)에서 시작해 보자.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담론과 제안이 있었지만, 재생에너지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재생에너지와 공공·공유에 대한 동상이몽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공공재생에너지는 대규모 공적 투자로 공공기관에 의해서 개발되고 소유·운영되는 재생에너지(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시설이라고 간략하게 정의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의 속도와 규모 조정, 양질의 재생에너지 확대, 전환 비용과 편익의 합리적 배분, 정의로운 전환의 계획과 관리가 공공재생에너지가 달성할 목표이자 기대하는 효과이다. 물론,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 조정 및 내부 개혁, 노동자·시민사회의 의사결정 참여, 지역 주민의 권리 보장과 생태계와의 조화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지역사회(에너지협동조합)와 지방정부(지방공기업)와의 공공협력(public-commons partnership)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그런데, 최근 해상풍력은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21년부터 정부는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와 추진하고 있다. '공공주도'라는 표현 탓에 이것이 마치 공공재생에너지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해상풍력에 적합한 입지를 발굴하고 발전단지를 개발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실제 해상풍력 사업을 누가 시행하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기껏 수용성과 환경성 문제를 공공기관이 잠정적으로 해결하거나 봉합하더라도, 실제 발전사업을 허가받고 해상풍력을 소유·운영하는 주체는 다른 이들이다. 이미 대부분의 해상풍력 시장을 외국 자본과 민간 자본이 잠식하고 있고,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그렇게 고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행태를 누군가는 '봉이 김선달'로 비유한다. 우리 모두의 것인 바람을 사적으로, 이윤 추구 대상으로 삼는 녹색 개발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다. 반대로 정부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주민참여 지원, 즉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의 추가 가중치 부여(RPS REC)라는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에 대한 몇몇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조치 행위를 두고, 마찬가지로 김선달로 매도한다. 이렇게 김선달은 재생에너지 이익공유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양측이 동원하는 상징이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양면 해석은 충분하지도 않고, 진실은 하나가 아니다.


첫째, 신안군(신안군 신·재생에너지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과 인천시(인천광역시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 및 시민참여 지원 조례)처럼,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주민참여 제도를 활용하는 내용을 담아 이익공유나 주민참여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으로 불리는 '신안 모델'이 대표적이다.


둘째, 이런 방식에 더해 전라남도와 강원도 등은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를 지향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예컨대, 전라남도는 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하여 공공기관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직접 시행·운영하는 정책(전라남도 재생에너지 사업 공영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을 규정하고, 강원도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전기판매 수익과 발전단지투자에 대한 이익배당금을 포함해 공유화 기금을 조성하도록 한다(강원특별자치도 신·재생에너지 공유화 기금 조례).


셋째, 제주도는 공공재생에너지의 지역 버전 1.0으로 볼 수 있다. 공공자원으로 규정된 풍력에 따른 개발 이익을 지역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제주에너지공사-지구지정-공유화기금 패키지를 도입했다. 기금 조성의 범위를 풍력발전사업 허가권을 통해 개발이익공유화계획에 따른 기부금(당기순이익의 17.5%혹은 매출액의 7%)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제주특별자치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조례).


최근 전라북도는 '제주 모델'과 유사하게 지방공기업-지구지정-공유화기금을 구상하고 있다(전북특별자치도 신·재생에너지발전지구 지정 및 개발이익 공유화에 관한 조례). 공공적 관리 대상을 모든 재생에너지원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발전사업 허가권은 3MW 이하로 변함이 없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제주도(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와 전라북도(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상위법이 보장하는 차이점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전북 모델'이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주민참여 재생에너지와 지방자치단체 참여형 재생에너지에 대한 추가 가중치 부여 방식을 제외한 사례를, 특히 제주 모델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인정하는 이익공유(주민참여) 개념과 방법은 제한적이다. 피해 보상과 지역 지원이 소극적 측면이라면, 주민과 이해관계자가 발전사업에 대하여 자발적 의사에 따라 지분・채권・펀드 방식으로 투자하여 수용성을 높이고 신규 소득원을 발굴한다는 적극적 측면을 강조한다. 반면, 제주시에 이어 전라북도가 추진하려는 (민간) 발전기업에 대한 공유화 기금 조성 방식(기부금)을 '삥 뜯는' 행위로 판단한다. 다시 봉이 김선달이 등장한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이익공유라는 이름으로 개인적 vs 집합적 또는 투자형 vs 공익형 등 다양한 유형과 형태가 존재하며, 각각의 의미와 논리가 다르다. 최근에는 기본소득 vs 기본서비스 개념과 결합하여 공공재생에너지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라북도를 압박하는 오래된 관습은 사회적 토론을 방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자치·분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재생에너지 주권은 국가 차원에서 할 일과 지역 차원에서 할 일이 상호 교차한다. 각자의 권한과 책임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교차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해상풍력에 대한 발전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2024)이 중앙의 영역이라면, 제주 모델이나 전북 모델 등은 지역의 영역이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목표의 격차를 해결하려면, 이미 예고된, 그러나 알게 모르게 회피하고 있는 전력 계통과 판매 부문의 새로운 쟁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전국적, 지역적 에너지전환의 공공 경로, 즉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전력계통 혁신대책(2023)과 지역별 맞춤형 계통포화 해소 대책(2024)에 의해 '재생에너지 송·배전망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기남부지역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서해안과 호남지역에서 건설되는 대규모 해상풍력 송전망 갈등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제주와 호남지역의 신규 태양광 발전이 변전소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면적으로 벌어지고 있다(호남지역은 2031년까지 발전사업 허가 불가능). 그리고 내년부터 지정되어 전력 판매가 개방되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에 대해서 제주 모델은 어떻게 에너지전환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이에 대해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공공재생에너지 지역 버전 2.0을 어떻게 제안할지,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요즘이다.


▲풍력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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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2024.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