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發光]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공공교통 실험
성동구의 셔틀버스를 주목한다
김상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책위원
2025년 4월까지 중앙정부에서부터 기초지방자치단체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법정계획을 수립한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정부로 하여금 국가비전 및 중장기감축목표 등의 달성을 위해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는데(제10조) 특별시장이나 광역시장 그리고 도자사 등은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제11조), 시군구청장은 상위의 국가 계획과 시도 계획을 참조하여 다시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제12조) 있다. 그리고 계획을 수립한 후 중앙정부, 시도 지방자치단체,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수립한 계획에 대해 매년 정성적 정량적 평가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3조).
중앙정부의 법정계획은 2023년 1월에 초안이 마련되고 3월까지 이해관계자 간담회 및 국민 대상 공청회를 거쳐서 4월에 확정되어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시도 지방자치단체는 2024년 4월까지 국가 계획을 바탕으로 탄기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했고 지난 5월에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을 완료했다. 남은 것은 시군구 기본계획이고 이는 다시 2025년 4월까지의 시한을 두고 계획을 마련했거나 마련 중이다.
출발부터 엉성하기 짝이 없는 기본계획들
국가-시도-시군구 탄소중립기본계획의 관계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로서 일관성과 체계성이 갖춰져야 하지만 목표와 수단으로서의 역할 분담과 구체적인 실행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법정계획과 다르게 구체적인 정량적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계획이며 계획의 실패가 곧 지구를 포함한 한국의 기후재난을 야기한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강제적 계획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은 '어, 못했네? 다음에 열심히 하지'와 같은 여타 계획과 분명 다르다. 그런 점에서 국가 수준의 계획은 전 지구적 책임의 분담과 효과적인 법제도 및 재정의 마련이라는 기능을 담당한다면 시도와 시군구는 구체적인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실행계획을 담보해야 한다.
현재 국가 수준의 탄소기본계획 상 감축 목표와 수단은 기존 국가감축목표에서 산업계의 책임을 11% 낮춰주는 편향된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책임과 역할의 불균형이 심화되었고 이에 따라 현실성이 낮은 감축수단의 비율을 높여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도 중앙정부이지만 그나마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시도나 시군구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지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국가사무가 70%이고 지방사무가 30%라는 특징을 고려하면, 시도 지방자치단첸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은 극히 형식적인 계획에 머물 개연성이 크다.
현재 수립하고 있는 시군구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보면 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수립한 내용과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렵거나 아니면 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립한 계획을 임의로 취사선택하여 숫자만 맞춘 계획들도 발견된다. 이를테면 부천시에서 수립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은 기존 계획인 도시교통정비계획상 이미 확정한 대중교통수단분담률 확대를 위한 무상교통 도입에 대해 '비현실적인 안'이라고 기각하는 것은 물론 관내의 도로에도 관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배출량과 관리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계획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전기자동차 공급 사업만 숫자에 맞춰서 과도하게 배정했다. 시군구 지방자치단체가 참조해야 할 시도 기본계획이 엉망인 곳도 많다.
충청북도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은 아예 수송분야 탄소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내놓았다. 명색이 탄소중립계획인데 아예 수송분야의 베출량 관리를 포기한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수송부분 탄소배출량 산정기준을 서울 관내 연료판매량을 기준으로 과소 추정했다. 이미 지역내 자동차 주행거리라는 더 직접적인 데이터가 있는데도 이를 선택함으로써 10%에 달하는 배출량을 줄였다(2020년 기준으로 연료 판매량 배출량 4569만3000톤, 주행거리 배출량 4960만 톤). 이를 근거로 시군구 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목표를 과소하게 정할 수밖에 없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동구의 셔틀버스 실험에 주목하는 이유
이와 같은 국가 계획과 시도 계획의 수립 현황에서도 시군구 계획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는 타 지방자치단체와 다르게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곳이고 중앙정부나 광역정부가 주저하고 있을때 시민들이 먼저 구체적인 행동을 하도록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송분야의 가장 딜레마인 '오직 전기자동차'를 벗어나 구체적인 교통수단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미 중앙정부는 국가 감축목표 상향계획을 통해서 수송분야의 배출감축 수단으로 자동차 총주행거리를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5% 감축한다는 계량적 지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휘발유에서 전기로 연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인 교통을 공공 교통으로 전환하는 교통수단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자가용 1통행을 기존의 버스 1통행으로 흡수하면(일주일에 5일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이 단 하루만이라도 버스와 지하철로 이동하면) 해당 주행거리만큼이 준다.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감축 수단이지만 여전히 중앙정부나 서울시 등 기존 탄소중립기본계획에는 제대로 다루고 않다.
이 점에서 지난 9월 30일 성동구에서 운행하기 시작한 무료 셔틀버스에 주목한다. 성동구는 지난 2023년에 생활권 내 근거리 교통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이동 현황을 파악했다. 기존의 지하철-버스-마을버스로 이어지는 교통망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은 교통의 편의성을 위해 자가용 이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행 민영제 방식으로 운영하는 마을버스 사업의 특성상, 새로운 노선의 신설이나 기존 노선의 조정은 모두 민간사업자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즉 정책적 필요성에 의해 기존 노선버스를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아무리 공공재정을 통해서 지원금을 준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민간사업체인 이상 이용자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편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노선이 신설되면 타 노선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우려로 이 역시 민간사업자의 선호가 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마을버스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더구나 자치구별로 등록하여 운행하는 마을버스 사업에 대한 행정적 권한을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시내버스 정책을 우선시 하는 서울시는 마을버스의 활성화에 소극적이다. 마을버스가 시내버스에 영향을 미치면 그것이 서울시의 재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서 성동구는 셔틀버스라는 우회로를 적극적으로 찾아냈다. 이미 통근 목적이나 통학 등의 목적으로 다양한 셔틀버스가 운영 중이지만 적극적으로 지역 내 교통약자를 위한 수단으로서 셔틀버스를 도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개통시에서 정원오 구청장이 말했듯이 '지역마다 마을버스가 필요함에도 여러 이해관계와 법적 문제로 노선 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셔틀버스를 도입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기존 마을버스의 운영형태만 기존 민영제에서 공영제로 전환하는 것은, 경기도 광주시의 마을버스 공영제 사례에서와 같이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도 별다른 변화를 제공하지 못한다. 다양한 운영체계가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과 이어질 때 정책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데, 그 점에서 성동구의 경우에는 빅데이터를 통한 지역 주민들의 이동 행태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기존 마을버스 노선과의 중복을 최소화하면서도 변화한 도시 환경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다만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자체가 법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 운수사업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춘 낡은 법인 탓에 매우 좁은 법제도의 가능성을 찾아야 했다.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의 경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자동차로서 장애인 등의 교통편의를 위하여 운행하느 경우'(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103조 5호)에 유상운송을 할 수 있고 '해당 시설의 소재지가 대중교통수단이 없거나 그 접근이 극히 불편한 지역인 경우'(시행령 제39조)이거나 '교육 문화 예술 체육시설 등을 운행하는 경우'(법 제82조)를 통해서 노선버스를 운행할 수 있다. 해당 조항들은 기존 노선운행을 통해서 운수사업을 하는 기존 민간사업자의 사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인데, 이런 조치는 역설적으로 시민들의 이동권보다 사업자의 사업권을 더욱 중요하게 보장하도록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대안이 관내 공공시설을 연계하는 셔틀버스이다. 상업시설의 경우와 다르게 공공시설은 공공서비스를 지역 주민들에게 균등하게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정 규모를 갖춘 도서관을 모든 동에 만들 수 없다면 적어도 해당 행정구역 내에서 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성동구의 셔틀버스는 구민들의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함으로써 장소적 제약을 보완한다. 적어도 공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누구는 걸어서, 누구는 버스를 타고 가지만 누구는 자가용을 탈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성동구는 도시재생특별법에 고시된 지역거점 시설에 도달 최저기준인 10분에서 30분 사이라는 기준을 바탕으로 노선을 만들었다. 덧붙여 현재 성동구가 낮은 마을버스 수송분담률을 개선하기 위해 마을버스와 중복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마을버스 노선과 연계하는 방식을 고려했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앞서 최소한이 접근성 보장이라는 것은 적절한 총노선 거리와 배차 그리고 운행시간을 통해서 보장되었고 마을버스 수송분담률의 증가라는 목적은 가급적 중복노선과 정류장을 환승 목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된 노선에서(기존 마을버스와의 중복도가 9.8%에 불과) 확인할 수 있다.
시범사업을 통한 정책검증
성동구는 10월부터 12월까지 운행을 시행한다. 주민조사를 통해서 희망노선에 대한 주민조사와 운행 방식에 대한 선호를 확인한 후 금호동과 성수동을 연결하는 시범노선 1개를 신설했다. 총 운행 거리는 22개 정류장을 거쳐서 12.6킬로미터를 운행한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5~6대를 운행해서 배차간격은 최대 15분을 맞춘다. 주요한 정류장은 서울숲복합문화센터, 성동아이사랑복합문화센터, 금호도서관, 성수아트홀, 언더스탠드에비뉴 등 문화예술 시설과 성동구청, 응봉동, 금호1‧2‧3가동 주민센터, 성수1가 2동주민센터, 성수2가1동주민센터 등 행정기관을 주요하게 다닌다. 적어도 기존 주민들 중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데 자가용을 이용했던 주민이 셔틀버스를 이용한다면 아주 구체적인 총 주행거리 감축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공공시설물 이용자를 대상으로 자가용 대신 셔틀을 이용하도록 하는 촉진 정책을 병행하면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발굴하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려면 시범사업 기간 동안 이용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서 본격적인 운영에 필요한 제도설계를 꼼꼼이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버스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이용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해외의 주요 도시에서 보이는 교통정책의 혁신은 많은 경우 행정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성동구의 셔틀버스는 다른 지역에서 기운행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넘어서 공공교통을 확대함으로써 지역의 교통불평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시군구 차원의 정책수단을 개발하려는 행정의 의지, 정확하게는 단체장의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통령은 거들먹거리며 원칙에 대해 말할 때 시장들은 쓰레기를 줍고 총기 규제 캠페인을 벌인다"는 말은 정치학자인 베자민 바버가 <뜨는 도시, 지는 국가>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가 %만 가지고 잘난 척 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은 자가용 1통행을 대중교통 통행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성동구의 셔틀버스에서 기대한다.
* 본 칼럼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원문보기 (2024. 10. 14.)
[초록發光]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공공교통 실험
성동구의 셔틀버스를 주목한다
김상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정책위원
2025년 4월까지 중앙정부에서부터 기초지방자치단체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법정계획을 수립한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정부로 하여금 국가비전 및 중장기감축목표 등의 달성을 위해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는데(제10조) 특별시장이나 광역시장 그리고 도자사 등은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제11조), 시군구청장은 상위의 국가 계획과 시도 계획을 참조하여 다시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정하고(제12조) 있다. 그리고 계획을 수립한 후 중앙정부, 시도 지방자치단체,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수립한 계획에 대해 매년 정성적 정량적 평가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3조).
중앙정부의 법정계획은 2023년 1월에 초안이 마련되고 3월까지 이해관계자 간담회 및 국민 대상 공청회를 거쳐서 4월에 확정되어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시도 지방자치단체는 2024년 4월까지 국가 계획을 바탕으로 탄기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했고 지난 5월에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을 완료했다. 남은 것은 시군구 기본계획이고 이는 다시 2025년 4월까지의 시한을 두고 계획을 마련했거나 마련 중이다.
출발부터 엉성하기 짝이 없는 기본계획들
국가-시도-시군구 탄소중립기본계획의 관계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로서 일관성과 체계성이 갖춰져야 하지만 목표와 수단으로서의 역할 분담과 구체적인 실행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법정계획과 다르게 구체적인 정량적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계획이며 계획의 실패가 곧 지구를 포함한 한국의 기후재난을 야기한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강제적 계획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은 '어, 못했네? 다음에 열심히 하지'와 같은 여타 계획과 분명 다르다. 그런 점에서 국가 수준의 계획은 전 지구적 책임의 분담과 효과적인 법제도 및 재정의 마련이라는 기능을 담당한다면 시도와 시군구는 구체적인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실행계획을 담보해야 한다.
현재 국가 수준의 탄소기본계획 상 감축 목표와 수단은 기존 국가감축목표에서 산업계의 책임을 11% 낮춰주는 편향된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책임과 역할의 불균형이 심화되었고 이에 따라 현실성이 낮은 감축수단의 비율을 높여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도 중앙정부이지만 그나마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시도나 시군구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지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국가사무가 70%이고 지방사무가 30%라는 특징을 고려하면, 시도 지방자치단첸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은 극히 형식적인 계획에 머물 개연성이 크다.
현재 수립하고 있는 시군구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보면 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수립한 내용과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렵거나 아니면 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립한 계획을 임의로 취사선택하여 숫자만 맞춘 계획들도 발견된다. 이를테면 부천시에서 수립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은 기존 계획인 도시교통정비계획상 이미 확정한 대중교통수단분담률 확대를 위한 무상교통 도입에 대해 '비현실적인 안'이라고 기각하는 것은 물론 관내의 도로에도 관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배출량과 관리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계획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전기자동차 공급 사업만 숫자에 맞춰서 과도하게 배정했다. 시군구 지방자치단체가 참조해야 할 시도 기본계획이 엉망인 곳도 많다.
충청북도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은 아예 수송분야 탄소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내놓았다. 명색이 탄소중립계획인데 아예 수송분야의 베출량 관리를 포기한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수송부분 탄소배출량 산정기준을 서울 관내 연료판매량을 기준으로 과소 추정했다. 이미 지역내 자동차 주행거리라는 더 직접적인 데이터가 있는데도 이를 선택함으로써 10%에 달하는 배출량을 줄였다(2020년 기준으로 연료 판매량 배출량 4569만3000톤, 주행거리 배출량 4960만 톤). 이를 근거로 시군구 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목표를 과소하게 정할 수밖에 없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동구의 셔틀버스 실험에 주목하는 이유
이와 같은 국가 계획과 시도 계획의 수립 현황에서도 시군구 계획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는 타 지방자치단체와 다르게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곳이고 중앙정부나 광역정부가 주저하고 있을때 시민들이 먼저 구체적인 행동을 하도록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송분야의 가장 딜레마인 '오직 전기자동차'를 벗어나 구체적인 교통수단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미 중앙정부는 국가 감축목표 상향계획을 통해서 수송분야의 배출감축 수단으로 자동차 총주행거리를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5% 감축한다는 계량적 지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휘발유에서 전기로 연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인 교통을 공공 교통으로 전환하는 교통수단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자가용 1통행을 기존의 버스 1통행으로 흡수하면(일주일에 5일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이 단 하루만이라도 버스와 지하철로 이동하면) 해당 주행거리만큼이 준다.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감축 수단이지만 여전히 중앙정부나 서울시 등 기존 탄소중립기본계획에는 제대로 다루고 않다.
이 점에서 지난 9월 30일 성동구에서 운행하기 시작한 무료 셔틀버스에 주목한다. 성동구는 지난 2023년에 생활권 내 근거리 교통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이동 현황을 파악했다. 기존의 지하철-버스-마을버스로 이어지는 교통망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은 교통의 편의성을 위해 자가용 이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행 민영제 방식으로 운영하는 마을버스 사업의 특성상, 새로운 노선의 신설이나 기존 노선의 조정은 모두 민간사업자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즉 정책적 필요성에 의해 기존 노선버스를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아무리 공공재정을 통해서 지원금을 준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민간사업체인 이상 이용자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편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노선이 신설되면 타 노선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우려로 이 역시 민간사업자의 선호가 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마을버스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더구나 자치구별로 등록하여 운행하는 마을버스 사업에 대한 행정적 권한을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시내버스 정책을 우선시 하는 서울시는 마을버스의 활성화에 소극적이다. 마을버스가 시내버스에 영향을 미치면 그것이 서울시의 재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에서 성동구는 셔틀버스라는 우회로를 적극적으로 찾아냈다. 이미 통근 목적이나 통학 등의 목적으로 다양한 셔틀버스가 운영 중이지만 적극적으로 지역 내 교통약자를 위한 수단으로서 셔틀버스를 도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개통시에서 정원오 구청장이 말했듯이 '지역마다 마을버스가 필요함에도 여러 이해관계와 법적 문제로 노선 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셔틀버스를 도입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기존 마을버스의 운영형태만 기존 민영제에서 공영제로 전환하는 것은, 경기도 광주시의 마을버스 공영제 사례에서와 같이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도 별다른 변화를 제공하지 못한다. 다양한 운영체계가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과 이어질 때 정책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데, 그 점에서 성동구의 경우에는 빅데이터를 통한 지역 주민들의 이동 행태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기존 마을버스 노선과의 중복을 최소화하면서도 변화한 도시 환경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다만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자체가 법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 운수사업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춘 낡은 법인 탓에 매우 좁은 법제도의 가능성을 찾아야 했다.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의 경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자동차로서 장애인 등의 교통편의를 위하여 운행하느 경우'(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103조 5호)에 유상운송을 할 수 있고 '해당 시설의 소재지가 대중교통수단이 없거나 그 접근이 극히 불편한 지역인 경우'(시행령 제39조)이거나 '교육 문화 예술 체육시설 등을 운행하는 경우'(법 제82조)를 통해서 노선버스를 운행할 수 있다. 해당 조항들은 기존 노선운행을 통해서 운수사업을 하는 기존 민간사업자의 사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인데, 이런 조치는 역설적으로 시민들의 이동권보다 사업자의 사업권을 더욱 중요하게 보장하도록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대안이 관내 공공시설을 연계하는 셔틀버스이다. 상업시설의 경우와 다르게 공공시설은 공공서비스를 지역 주민들에게 균등하게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정 규모를 갖춘 도서관을 모든 동에 만들 수 없다면 적어도 해당 행정구역 내에서 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성동구의 셔틀버스는 구민들의 공공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함으로써 장소적 제약을 보완한다. 적어도 공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누구는 걸어서, 누구는 버스를 타고 가지만 누구는 자가용을 탈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성동구는 도시재생특별법에 고시된 지역거점 시설에 도달 최저기준인 10분에서 30분 사이라는 기준을 바탕으로 노선을 만들었다. 덧붙여 현재 성동구가 낮은 마을버스 수송분담률을 개선하기 위해 마을버스와 중복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마을버스 노선과 연계하는 방식을 고려했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앞서 최소한이 접근성 보장이라는 것은 적절한 총노선 거리와 배차 그리고 운행시간을 통해서 보장되었고 마을버스 수송분담률의 증가라는 목적은 가급적 중복노선과 정류장을 환승 목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된 노선에서(기존 마을버스와의 중복도가 9.8%에 불과) 확인할 수 있다.
시범사업을 통한 정책검증
성동구는 10월부터 12월까지 운행을 시행한다. 주민조사를 통해서 희망노선에 대한 주민조사와 운행 방식에 대한 선호를 확인한 후 금호동과 성수동을 연결하는 시범노선 1개를 신설했다. 총 운행 거리는 22개 정류장을 거쳐서 12.6킬로미터를 운행한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5~6대를 운행해서 배차간격은 최대 15분을 맞춘다. 주요한 정류장은 서울숲복합문화센터, 성동아이사랑복합문화센터, 금호도서관, 성수아트홀, 언더스탠드에비뉴 등 문화예술 시설과 성동구청, 응봉동, 금호1‧2‧3가동 주민센터, 성수1가 2동주민센터, 성수2가1동주민센터 등 행정기관을 주요하게 다닌다. 적어도 기존 주민들 중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데 자가용을 이용했던 주민이 셔틀버스를 이용한다면 아주 구체적인 총 주행거리 감축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공공시설물 이용자를 대상으로 자가용 대신 셔틀을 이용하도록 하는 촉진 정책을 병행하면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발굴하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려면 시범사업 기간 동안 이용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서 본격적인 운영에 필요한 제도설계를 꼼꼼이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버스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이용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해외의 주요 도시에서 보이는 교통정책의 혁신은 많은 경우 행정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성동구의 셔틀버스는 다른 지역에서 기운행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넘어서 공공교통을 확대함으로써 지역의 교통불평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시군구 차원의 정책수단을 개발하려는 행정의 의지, 정확하게는 단체장의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대통령은 거들먹거리며 원칙에 대해 말할 때 시장들은 쓰레기를 줍고 총기 규제 캠페인을 벌인다"는 말은 정치학자인 베자민 바버가 <뜨는 도시, 지는 국가>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가 %만 가지고 잘난 척 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은 자가용 1통행을 대중교통 통행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성동구의 셔틀버스에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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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2024.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