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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18 11:24
[언론기사] [함께하는 품] 디아블로캐년의 몇발 앞선 정의로운 전환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223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발행 <함께하는 품> 31호(2017. 9.)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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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캐년의 몇발 앞선 정의로운 전환


문재인 새정부의 점진적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라는 방식으로 발걸음을 떼고 있다. 탈핵 정책 뿐 아니라 공론화라는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뜨겁지만, 한수원 노동조합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탈핵을 마주하게 된 에너지 노동조합의 입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함께하는 품>의 29호에서는 페센하임 노후 핵발전소의 폐쇄에 저항하는 프랑스 노동조합의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에 동참하게 된 미국의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전복동맹과 지구의 벗

캘리포니아의 디아블로캐년(Diablo Canyon) 핵발전소 폐쇄와 전환 합의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적극적인 기후와 에너지 정책, 그리고 운영사인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PG&E)의 규모와 재정 능력이 배경이 되었지만, 성공적인 사회적 대화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985년에 가동을 시작한 디아블로캐년 핵발전소는 연간 1,8000G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캘리포니아 전력 수요의 8.6%를 담당한다. PG&E는 여기에 1,2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협력업체에도 200명의 노동자가 있다. 
디아블로캐년은 건설 시기부터 관심과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이 발전소가 캘리포니아 대도시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는 점도 있었지만, 단층대의 위험성 문제와 더불어 격렬한 반핵 저항운동의 무대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전복동맹(Abalone Alliance)’은 1977년에서 85년 사이에 디아블로캐년 핵발전소 폐쇄 운동을 이끈 비폭력 불복종 시민 그룹의 이름이다. 이 이름은 당시에 뉴햄프셔 해변의 시브룩(Seabrook) 핵발전소에 반대했던 조개동맹(Clamshell Alliance)을 모델로 해서 붙여진 것인데, 1974년에 원자로가 디아블로 만에 뜨거운 온배수를 처음 배출했을 때 캘리포니아 야생 붉은 전복 수만 마리가 폐쇄한 일을 상기시키기 위함이었다. 
전복동맹은 1977년에 디아블로캐년 정문 앞에서 1,500명이 시위를 벌이고 47명이 체포된 것을 시작으로 연이은 봉쇄와 점거를 감행했는데, 1981년에는 두 주간의 봉쇄 투쟁은 저항 포크가수 잭슨 브라운을 포함하여 2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체포되고,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들과 가수 등 3만 여명이 지지 시위에 동참할 정도로 고조되었다. 
 
 [사진] 1981년 디아블로캐년 봉쇄투쟁

디아블로캐년은 미국 환경운동의 지형도 변화시켰다. 미국에서 가장 큰 환경단체였던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은 창립 이후 대형 댐 건설을 막아내는 등 여러 승리를 거두어왔지만, 1960년대 초에 PG&E가 디아블로캐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조직 내부에 큰 논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애초에 PG&E가 제안했던 부지는 니포모 사구(Nipomo Dunes)였는데, 사구를 보존하고 싶어 하던 시에라 클럽의 몇몇 이사들은 PG&E 관계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났고, 그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디아블로캐년을 수용하게 된 것이다. 클럽의 이사회는 이러한 교환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일부 이사들은 회의감을 표시하거나 분명하게 반대했고, 이 갈등 과정에서 클럽의 간사 역할을 해 온 데이빗 브라우어(David Brower)는 클럽을 탈퇴하고 1969년에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을 창립하여 반핵운동에 앞장서게 된다. 자연환경 보전을 우선시하는 시에라 클럽의 전통적 노선이 시험대에 들게 된 것인데, 결국 시에라 클럽도 인간과 도시의 환경에 관심을 갖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반핵운동에 합류하게 되었고, 지구의 벗은 창립부터 자연스럽게 디아블로캐년 폐쇄를 중심 이슈로 가져가게 되었다. 

지역경제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논쟁

이후로도 디아블로캐년에 대한 찬반 논쟁은 더욱 커져갔다. 우선 디아블로캐년 착공 3년 후인 1971년에 이 지역에서 불과 3마일 떨어진 곳에 호스그리 지진 단층대가 발견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40년 넘게 이어졌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면서, 지진 발생 때의 대재앙을 우려하며 이 발전소를 영구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캘리포니아 주 내의 또 하나의 핵발전소인 샌오노프레(San Onofre) 핵발전소가 2013년에 긴급 폐쇄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었다. 결국 디아블로캐년은 캘리포니아에서 가동중인 유일한 핵발전소가 되었고, 진도 7.5 이상을 견딜 수 있도록 운전 기준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디아블로캐년에 대한 찬성 또는 운영 불가피 논리도 쉽게 꺾이지 않았는데, 하나는 경제적 효과이고 또 하나는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이다. 2002년 경 미국 원자력에너지협회가 수행한 한 연구는 2기의 디아블로캐년이 캘리포니아주 산루이스 오비스포 지역의 경제생산량의 7%에 상당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주며, 주와 국가 경제에도 각각 723.7백만 달러와 10억 달러를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효과에는 이 지역에서 단일규모로 가장 큰 산업체인 디아블로캐년이 납부하는 많은 세금뿐 아니라 전력요금 안정화, 고용과 구매력 창출 등도 포함된다. 디아블로캐년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73%가 산루이스 지역에 거주하며, 그들의 봉급은 지역 평균 보다 6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국제 기후변화 협약이 진행되면서, 일군의 과학자들은 디아블로캐년의 폐쇄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2016년 2월, 기후과학자 제임스 한센 등 61명은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PG&E의 경영진, 규제기구 간부들에게 디아블로캐년 폐쇄는 미국의 기후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얼마 전 한국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미국 환경운동가로 소개된 마이클 셸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도 디아블로캐년이 온실가스와 핵발전소의 기여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곳이라 여기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청정에너지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인데, 이 부문 노동조합의 지역 조직(IBEW Local 1245)도 이러한 입장에 동조해왔다. 

[사진] 2016년 4월, 디아블로캐년 폐쇄 반대 시위에 나선 Local 1245 조합원들

정의로운 전환에 합의하다

그런데 2016년에 디아블로캐년의 운영면허 갱신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IBEW Local 1245는 대응에 고심하기 시작했는데, 면허가 연장되지 않고 2018년에 운전이 정지될 경우 600명의 조합원의 고용과 지역 경제가 위협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지구의 벗’ 등 환경단체들은 핵발전소를 퇴출할 것과 함께, PG&E가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및 저장 설비로 투자를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PG&E가 핵발전소 면허 연장에 소극적인 입장을 갖게 된 것은, 우선 캘리포니아의 새 조례의 영향이었다. 이 조례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전력회사에 대해 2030년까지 총 발전량의 최소 50%를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충당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하나는 지진 위험 우려가 계속되고 계속 운영을 하더라도 시장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사측의 이러한 입장을 인지하게 된 노동조합은 대화에 나섰다. 그 결과 디아블로캐년의 가동을 8-9년 연장한 뒤 폐쇄하고, 조합원들은 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보너스 등 보상을 받으며 지역사회도 줄어드는 세수만큼을 사측이 보전해주는 합의에 도달했다. 동시에 사측은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설비를 구축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들은 직업 훈련을 통한 전환을 준비하며, 지역사회는 경제와 세수를 다변화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2016년 6월 21일, PG&E는 디아블로캐년을 2025년까지 가동 정지하고 폐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고, 2031년까지 자사 총 발전량의 55%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가 담당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았다. 이는 재생가능에너지 공급비중을 50%로 정한 캘리포니아 조례의 기준보다 더 나아가겠다는 자발적 선언이다. 

[사진] 디아블로캐년의 질서있는 에너지전환 개념도

이러한 합의와 계획에는 지구의 벗이 펴낸 기술경제성 보고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보고서는 디아블로캐년을 어떻게 값싸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및 저장설비로 대체 가능한지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제시했고, 핵발전과 같은 경직성 기저발전원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러한 연구를 근거로 환경단체와 경영진 그리고 노동조합은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쇄와 전환을 위한 세부 방안을 논의했으며, 여기에는 미국자원보호평의회(NRDC), IBEW Local 1245지회, 캘리포니아발전노동자연맹(Coalition of California Utility Employees), 캘리포니아 환경(Environment California) 등의 단체들도 참여했다. 그 결과 발표된 공동의 제안서는 디아블로캐년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상세한 방법과 과정까지 수록하고 있다. 
합의문에는 디아블로캐년 노동자들과 샌루이스 오비스포 지역사회에 대한 조항도 포함되었다. 지구의 벗은 이 합의가 자신에게도 기념비적 승리라며 기뻐했다. 또한 핵과 화석연료를 안전하고 깨끗하고 경제적인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의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했을뿐 아니라, 발전소 노동자와 인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물론 보다 적극적인 환경단체들이 공청회에서 앞으로 9년을 끌지 말고 당장 폐쇄할 것을 주장하기도 하고, 지역 공무원들과 주민들 중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앞으로 공공에너지설비위원회(Public Utility Commission)의 승인 등 몇 가지 법률적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디아블로캐년의 질서있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이라는 큰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아블로캐년의 전망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염려하던 지역사회도 제안과 보상의 구체성을 보면서 점차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떤 지역 주민들은 돈의 문제 이전에 발전소의 폐쇄 결정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 것에 더 만족하기도 한다. 
디아블로캐년의 사례가 미국 핵발전소와 화석에너지 산업의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 캘리포니아의 분위기와 사회운동 자체가 미국의 평균과는 차이가 크고, 이 지역의 지질학적 조건과 반대운동의 축적된 경험, PG&E의 경영 조건 등이 이러한 이례적인 합의를 가능케 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분명한 것은 핵발전에 미래가 없다면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 환경을 지키면서도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타격을 입히지 않는 여러 계획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대안은 미래를 생각하는 투쟁과 대화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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