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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25 16:15
[언론기사] [프레시안] 위기의 한반도, '진짜 안보'는 이거다!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6,334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신기후체제에 대비한 에너지·기후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월 대선이 임박한 한국에서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탈핵'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기후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과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신기후체제에서의 한국 차기 정부의 기후 변화, 탈핵, 지역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분권, 정의로운 전환, 동아시아 에너지 협력 등 에너지·기후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비전과 정책 제언 방향을 5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로 연재한다.

위기의 한반도, '진짜 안보'는 이거다!  

[차기 정부 에너지·기후 정책 제언] <5> 인류세에 살아남을 에너지 안보 프로그램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인류의 문명과 기술의 파괴적 영향력이 지구와 자연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변형을 가하여 출현한 새로운 지질시대를 뜻한다. 과거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2017년 대선, 에너지 안보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동북아 탈핵·탈석탄 구상

에너지와 기후변화와 환경 이슈는 우리 주변에서 일상의 리듬과 함께 하지만, 이와 동시에 국가의 경계를 넘어 지구적 차원의 넓은 흐름과 연결된다. 영토를 초월하는 월경성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 지구적 위험사회 상황에서, 국내와 국외의 양면에 걸쳐 존재하는 국가의 제자리 찾기, 그리고 국가 간 협력 구상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19대 대선 생태·환경 분야 정책 공약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미세먼지만 보더라도 그렇다. 주요 후보들이 미세먼지를 한·중 정상급 의제로 격상시킬 것이라 밝혔고, 이를 위해 공동 연구과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공약했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에너지·환경 외교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조기 대선을 탓할 수 있겠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방 안보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해 에너지 협력에 대한 논의가 예전만 못한 것은 아닐까. 대선에서 처음으로 탈핵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렇게 핵 발전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한··일 '핵 운명 공동체'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진지한 검토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핵발전소가 밀집한, 이 세 나라의 비상 상태를 정상 상태로 인정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  

진정, 핵발전·석탄화력발전 에너지 시스템을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꿀 의지가 있다면, 이제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 시작은 동북아 탈핵연대와 안전관리 협력체계 구축, 그리고 탈석탄연대와 미세먼지 공동대응을 담은 '동북아 에너지·생태공동체 구상'일 것이다. 다자간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실현할 방안은 공동의 노력에 좌우될 것이다. 또한 민간 차원의 교류와 공동 행동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이런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전에 탈핵·탈석탄 외교에 주력해야 한다.

에너지·기후 시대의 안보 

에너지와 환경 문제가 안보의 위협 요소가 된 만큼 전통적 안보관을 버리고 에너지·기후 시대에 맞는 안보 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 물론 에너지 개발과 확보 과정에는 국가 사이의 갈등과 협력 요소가 복잡하게 결합되어 있다. 국제관계에서 에너지는 경제 안보와 군사 안보의 핵심 요소이자 '복합 안보'의 일부로 이해되며, 경쟁국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놓아 패권 경쟁의 대상의 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안보 개념에 관한 이해가 달라지듯이, 다양한 생태 위기에 직면한 지금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도 전통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인간 사회와 문명은 복구할 수 없는 수준의 자연 남용과 생태계 급변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단순한 자원 문제나 환경 문제가 아니라 근대 산업혁명과 지구적 ‘화석주의’의 결과로 나타난 복합 위기인 지금의 에너지·기후 위기는 생태와 사회의 재편에 밀접히 관련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클레어가 전망하는 '자원 전쟁'이라는 전면적 갈등이나 분쟁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는 피하기 어렵다. 미국 등 산업화된 나라에서는 곧 닥칠 최대 안보 위협을 기후변화로 예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 안보 전문가 귄 다이어가 제시한 '기후 대전' 시나리오 기후변화로 북한의 식량 생산이 크게 줄면서 갑작스레 정권이 붕괴해 한국에 흡수 통일되는 미래상을 그린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주권과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통적인 에너지 개발과 공급에 닥칠 위협들이 하나 둘 확인되고 있는 지금,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재생가능에너지는 국제 수준에서도 환경 효과뿐 아니라 에너지를 포함한 안보 전반에 긍정적이다.

한반도 재생에너지 공동체 

북한은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원유 도입이 급격히 감소했고,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외환부족으로 에너지 수급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수력과 석탄화력을 통한 전력생산에 의존했지만, 낙후된 설비와 기술력으로 한계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초중반에 논의되기 시작한 남북 재생에너지 협력 방안은 북한에 생태적, 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일뿐 아니라, 단기간에 지역분산적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풍력, 지열,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매스는 기술적, 경제적으로 협력하기에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최근 북한 역시 재생가능에너지에 관심을 쏟고 있으나 아직 자체 기술 수준이 낮기 때문에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외 민간차원의 지원 사업이 간헐적으로 추진된 경험은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남북 간의 에너지 협력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인도적 차원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매개로 교류·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점에 착안하여 북한 에너지 위기를 해소하면서 비핵·평화·통일에 기여하는 한반도 재생에너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남한과 북한, 중국, 일본, 유엔 등이 참가하는 '한반도 재생에너지 기금'을 조성할 수 있으며,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는 대북 재생에너지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북한 에너지난을 해소하는 데 유용한 평화적 수단이며, 북핵 위기 해결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한반도 재생에너지 공동체 구상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 개선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동북아 탈핵·비핵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재생에너지 협력 

동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에너지집약적인 선진국의 발전 경로를 강요받으며 반환경적 산업들을 유치하고 있는데, 그 결과 국제적, 지역적인 환경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반면 동아시아 전역에서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안보 경쟁이 치열해져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동아시아는 국가 간, 지역 간 재생가능에너지의 기술적 차이가 심한 편이지만, 그 잠재력이 풍부하고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협력은 동아시아 에너지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은 동아시아 재생에너지 협력에 관심을 거의 두지 않았다. 해외자원개발 스캔들에서 확인된 것처럼, 주로 에너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용인하고 허구적인 에너지 자립을 지향한 ‘자주개발’에 집착했다. 또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에 가입했지만, 여전히 후진적 공적개발원조(ODA) 관행은 유지되고 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국가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2016년 기준 국민총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 비율은 0.14%로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평균 0.32% 수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약속했던 0.25%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녹색 ODA란 용어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고, 새마을운동 ODA는 대폭 손질될 예정이다. 2013년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인천 송도에 출범했음에도, 국제온실레짐에서 한국의 역할은 미약하기만 하다. 국내에서 녹색사회로 전환하는 길을 찾아나서는 만큼, 국제사회에서도 그 책임을 다하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정의로운 에너지 개발을 하자면 해외자원개발사업 법률을 대폭 개정해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기업의 기속가능 경영보고서, 녹색경영 정보공개, 사회책임공시 및 환경공시도 전면 도입해야 한다. 채굴기업, 금융기관 및 정부기관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채굴산업 투명성 이니셔티브(EITI), 적도 원칙(Equator Principle), 유엔 책임투자원칙(UNPRI), 유엔 지구협약(UN Global Compact), 안전과 인권에 관한 자발적 원칙(VP) 등의 국제규범을 적극 수용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상호 호혜와 평등에 기반을 둔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자립을 위한 기술적, 경제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동아시아 에너지 안보 경쟁의 연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한반도 재생에너지 공동체, 동북아 탈핵·탈석탄 구상과 동아시아 재생에너지 협력, 이 포괄적 패키지 프로그램은 군사적 긴장과 에너지 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는 국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도전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생각만 국제적으로 하고 행동은 지방이나 국가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안보를 생각한다면, 5년이 전부가 아니다. 인류세에 살아남을 새로운 기획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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