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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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23 18:51
[언론기사] [프레시안] '이명박근혜'는 왜 '녹색일자리'를 만들지 못했을까?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8,371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신기후체제에 대비한 에너지·기후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월 대선이 임박한 한국에서도 주요 대선 후보들이 '탈핵'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기후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과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신기후체제에서의 한국 차기 정부의 기후 변화, 탈핵, 지역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분권, 정의로운 전환, 동아시아 에너지 협력 등 에너지·기후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비전과 정책 제언 방향을 5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로 연재한다.

'이명박근혜'는 왜 '녹색일자리'를 만들지 못했을까?
[차기 정부 에너지·기후 정책 제언] <4> 질서있는 경제 축소와 산업 전환을 준비하자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경제 활동을 지속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과 소비 과정을 '녹색화'해야 한다는 요청이 세계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위기가 '기후변화-에너지-경제'라는 삼중의 구조적 위기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즉 화석에너지와 물리적/인적 자원의 양적 투입과 그에 따른 다량 배출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몇 년 사이 한국은 국제유가 하락 등 복합적 요인에 따른 중국발 경기침체의 영향을 뚜렷하게 경험하고 있으며, 고용없는 성장을 수반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급격한 고령화 사회 같은 중요한 계기들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8%였는데, KDI는 내년에는 이보다 소폭 낮은 2.5%를 제시해 한국 경제가 2%대 중반의 성장률 박스권 상태에 갇힐 것으로 예상했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환경보호 정책이 경제 발전을 둔화시키거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기후격변과 자원 위기 그리고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경제라는 부정적 상황과 더불어, 이러한 위기를 새로운 에너지 체제와 다른 생산과 노동으로 전환하고 있는 적극적 시도들을 상반된 두 배경으로 하며 녹색 경제와 녹색일자리라는 돌파구가 대두되었다. 유엔 기후변화총회장에 녹색 기술 제품이 전시되고 세계 주요 기업들이 앞다투어 녹색 경제를 주창하는 것은 이 돌파구가 자본에게도 도전과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녹색일자리를 "환경의 질을 보전하거나 회복하는데 실제로 기여하는 농업, 제조업, 연구 및 개발(R&D), 행정, 서비스 활동들"에서의 일로 정의하며, 특히, 생태계와 종 다양성 보호, 고효율 전략을 통한 에너지, 물질, 물의 소비 저감, 경제의 탈탄소화, 그리고 모든 형태의 폐기물과 오염의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발생시키지 않는데 도움을 주는 일자리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폭넓게 규정한다. 이 개념이 미국의 노동운동가 토니 마조치(Tony Mazzocchi)가 주창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아이디어와 만나면 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마조치는 에너지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산업 재편 속에서 노동현장과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고, 보다 노동친화적인 대안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개진했다. 향후 지속가능한 경제에서는 예를 들어 화학, 정유, 핵발전 종사 노동자들이 일할 여지가 없다고 염려하고,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1980년대 후반에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Superfund for Worker's)'와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직무훈련을 제안했는데, 이것이 국제 노동운동의 슬로건으로 발전한 것이다.

즉 정부, 기업, 노동 측에서 모두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의 동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환경보호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강구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7년 12월 녹색일자리법(Green Jobs Act)을 제정하여 각 연방정부들이 매년 환경친화적인 분야에 약 1억2500만 달러 규모의 직업훈련을 실시했다. 녹색일자리 창출은 건축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독일은 건축물 개보수 프로그램으로 2014년까지 약 1650억 유로를 투자해 약 2만5000명의 녹색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영국은 '그린뉴딜 사업으로 2022년까지 25만 개의 신규 녹색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부문의 일자리는 세계적으로는 중국의 고용이 가장 많고, 유럽, 브라질, 미국 순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소규모 지역분산형 특성을 갖기 때문에 녹색건축업처럼 지속적으로 설치 및 유지보수 수요가 발생하여 지역밀착형 일자리 창출에 적합하다.

하지만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한국의 녹색일자리 정책과 현실은 박근혜 정부 이후 뒷걸음질만 계속했고, 최근 한두 해 사이를 보면 산림청과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산림관리 분야 녹색일자리 정책을 제외하면 정부의 공식 정책과 언론 지면에서도 보기 힘들어진 형편이다. 조기대선에 나선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지역발전 공약의 일부로 언급되는 것 말고는 체계적인 녹색경제 전환과 녹색일자리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투자 계획의 일부로서 태양광 발전, 전기자동차, 에너지 저장장치 등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강조되는모양새다. 이는 경제 규모와 생산과 소비의 성격 전환을 전제하는 녹색경제를 전제한다기 보다는 생태적 근대화론(ecological modernist)의 패러다임이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쨌든 지금의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 홀대 상황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서 연유된 측면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그 화려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위시한 사기에 가까운 정책 실패로 인해 오히려 녹색경제 정책을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은 이전 정부와 그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았음에도, 이명박 정부 흔적 지우기 분위기 속에서 '녹색'이라는 수식어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22조 원에 달하는 예산과 행정 자원을 4대강 사업에 쏟아 붇는 동안 산업 현장은 어떠했을까?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폐지하고 내수시장 보급을 소홀히 한 태양광 산업은 관련 중소기업들의 몰락은 물론이고 유수 기업마저 고전하게 만들었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전남 서남해안권 대규모 풍력발전소 건설 계획은 수없이 거론되었지만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풍력발전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도 투자 회수를 염려하며 철수를 결정했다. 깊은 위기를 맞고 있는 조선업은 스웨덴, 영국, 독일의 사례들처럼 풍력발전으로의 업종 전환으로 부분적으로라도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정부는 조선업 인력을 원전 건설 현장으로 돌리겠다는 어이없는 구상만 내놓았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4대강 사업과 국내 철도 기간망의 조기 확충은 명백히 '트레이드 오프' 관계였다. 그 예산과 인력이 동서 철도 기간망 구축에 투자되었더라면 지금은 더 많은 일자리와 동서화합이라는 부수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 타이타닉 유람선을 건설했던 벨파스트의 하란드앤울프 조선소는 이제 풍력터빈을 조립하고 있다. http://www.belfasttelegraph.co.uk/business/news/shipyard-secures-new-wind-turbines-deal-28494297.html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 정책의 실패와 오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정부들의 녹색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첫째로, '녹색일자리' 개념이 매우 모호했고 편의적으로 일자리 숫자만을 추정하여 성과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녹색성장 정책이 약속한 96만 개의 일자리의 내용은 극히 의문스러우며 정부조차 실제 성과를 집계한 바 없다. 

둘째로, 고용의 '전환'이라는 정책 관점의 부재해서, 산업 분야와 일자리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고려는 없이 그저 녹색일자리가 추가적으로 생겨나는 것으로만 가정했다. 

셋째로,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는 실상은 놀랄만큼 소극적이었다. '그린 홈 백만호 보급 사업'이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정책으로 포함되었지만, 이는 고용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은 기존 신규주택 건설 사업의 재포장에 불과했다.  

넷째로, 고용 효과가 낮은 토목 건설업에 편중되었다. 중장비가 주로 투입되는 4대강 사업에서 실제로 창출되는 그리고 지속되는 일자리는 극히 적었다. 

다섯째로, 주로 첨단 기술 중심으로만 녹색일자리에 접근하여 실업 위기로 고통받는 집단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저숙련, 사회통합형 일자리는 제대로 고려되지 못했다. 끝으로, 녹색일자리를 위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도 미흡했던 고로, 지금 한국에서 녹색일자리 전문가나 기획자는 여전히 전무한 형편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녹색일자리의 질에 대한 부분이다. 이제까지 녹색일자리를 다루는 연구와 정책은 대부분 녹색일자리의 숫자와 직종을 기반으로 하는 통계에 의존한 탓에 녹색일자리가 갖는 환경적 기여도와 노동시장에서 갖는 특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한계를 보였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러한 녹색일자리 논의와 정책의 교착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2015년에 녹색일자리 질을 심층적 파악하기 위한 시범적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에 따르면 녹색이면서 괜찮은 일자리는 16개 중 9개, 녹색이지만 괜찮다고 볼 수 없는 일자리가 6개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질 측면에서 한국의 녹색일자리 다수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녹색지표 평가도 절대 점수가 높지 않아 녹색일자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환경적 기여가 분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진단되었다. 때문에 괜찮은 녹색일자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기여와 일자리의 질을 평가하고 담보하는 기준이 녹색일자리 창출과 육성 정책에 포함돼야 하며, 분야의 특성상 숙련이 낮거나 노동자 대변성이 미흡한 녹색일자리에 대한 특별한 대책도 필요하다.


(* 도형 모양은 일자리 분야를 표시함.   
세모: 재생가능에너지, 네모: 농업먹거리, 동그라미: 건물에너지효율, 별표: 교통수송, 마름모: 친환경서비스 
*출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2015), 한국 녹색일자리의 실태 심층 조사 연구)

급박하게 치러지는 이번 조기대선에서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를 위한 정책이 차분히 준비되고 논의되기는 어려웠겠지만 대선 이후에라도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보다 과감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은 경제 규모의 질서있는 축소와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을 위한 시야의 확보와 공론화다. 지금의 생산과 소비 방식과 규모를 유지하면서 녹색을 덧붙이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증세 없는 복지'만큼이나 기만적인 것이다. 특정 부문의 희생과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전환의 정의성과 효과성을 담보하는 숙의가 필수적이다. 

둘째, 주요 부문에 대한 산업과 일자리 정책 기조가 재정립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구조화된 경기 침체와 고령화사회 진입 예상 속에서, 건설업은 신규 아파트 경기의 종말을 인정하며 친환경 건축과 리모델링에서 활로를 찾도록 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은 지역분산형 태양광 설비들의 설치와 유지보수 수요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대용량 풍력발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 교통산업은 대중교통, 전기차, 자전거, 보행권을 연결하는 패키지로 녹색교통 일자리를 부각시킬 수 있다. 농업은 귀농귀촌 경향과 도시농업 규모 성장에 부응하는 브랜드 기획이 필요하다. 이는 새로운 녹색일자리 아이템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기존 산업과 일자리들의 녹색수준(shade of green)을 강화하는 기획을 의미한다. 

끝으로,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역 수준의 녹색일자리 촉진과 지역 고용정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후-에너지-일자리-도시재생-사회통합 등 여러 정책 목표들의 결합이 필요하며, 해당 지역에 특화된 장기적 전환 전략 수립이 개별 정책들의 전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녹색일자리의 종류와 숫자 측면의 성과에 국한되지 않는 지속성, 장소성, 일자리의 질, 사회통합적 효과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전후 과정에서 환경-일자리의 거버넌스가 구축되고, 정부와 기업과 노조 조직, 시민사회에 구체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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