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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0-05 12:33
[에정뉴스] [함께하는 품] 균도 소송의 새 반환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3,590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발행 <함께하는 품> 20호 (2015. 9.)에 실린 글입니다.


균도 소송의 새 반환점
- 핵발전소 주변 주민과 종사 노동자의 저선량 피폭 영향 밝혀질까

‘균도 소송’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많이 알려진, 지금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먼저 간단히 설명하자면, 부산 기장군에서 오래도록 살아 온 이진섭님이 자신과 자신의 처, 장모, 그리고 큰아들의 암 발병과 자폐증세가 인근의 고리 핵발전소에서 나온 방사선의 영향 때문임을 의심하여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이다. 그런데 이진섭님이 발달장애에 대한 세간의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원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수년간 ‘균도와 세상걷기’를 진행하면서 큰아들 균도가 유명해진 덕분에 균도 소송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2심과 나란히, 600명에 달하는 다른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집단 소송이 시작되었는데, ECCR(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의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가 이 재판에 증언자로 나서게 되면서 저선량 방사선 피폭 영향 논란이 중대한 반환점을 맞게 되었다. 이 사연과 버스비 박사 증언의 핵심 내용을 전한다. 

2012년 6월에 기자회견으로 시작을 알린 이 소송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그해 봄 이진섭님과 균도가 3차 세상걷기를 하는 도정에서였다. 당시 나는 진보신당에서 녹색위원장을 맡고 있던 때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전개된 여러 탈핵 사업을 돕거나 기획하고 있었는데, 그런 이유로 이진섭님이 소송과 관련한 지원을 요청했던 것이다. 며칠 후 전화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혼 후 1991년부터 기장군에서 살아온 이진섭님의 가족은 1992년에 균도가 자폐성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후, 2007년에 장모가 위암 수술을 받고, 이진섭님 자신도 2011년 직장암 판정을 받았으며, 2012년 초에는 부인마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2011년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서 방사능에 대한 위화감이 고조되고, 고리 핵발전소 등에서 비리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이진섭님은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질병들과 핵발전소에서 비롯한 방사능의 영향이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되었다. 

[사진] 체르노빌 사고 피해 축소 평가에 항의하는 버스비 박사(오른쪽) 일행 (출처:wikimedia)

그러나 여러 산업재해나 공해병들이 그렇듯이, 이를 피해당사자가 스스로 증명해내기란 대단히 l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국내의 핵발전 관련한 정보는 예나 지금이나 심하게 차단되어 있는 상태다. 감지할 수 없는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데이터는 전무하다시피 했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도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이진섭님은 소송을 통해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공개적으로 판단을 요구할 기회라도 갖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만큼, 처음에는 소송에 대한 기대가 그렇게 큰 것이 아니었고 준비된 자료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그즈음,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에 결성된 반핵의사회로부터 대한직업환경의학회의 연구에서 핵발전소 종사자나 주변 지역 거주민들에게 건강 이상 비율이 높게 나왔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진섭님은 내가 동행해 주길 청했고, 우리는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지 못한 채 평촌의 한림대 성심병원으로 가서 연구를 담당했던 주영수 교수를 만났다. 이 때 들었던 내용이 결과적으로 균도 소송의 1라운드를 결정지은 것이었다. 

주영수 교수에 따르면, 먼저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이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8,600여명과 주변 지역 1만1천여 명의 주민들을 추적 조사해서 “원전 종사자 및 주변 지역 주민 역학 조사 연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2011년 2월에 발표했는데, 그 결론이 매우 의심스러웠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핵발전소 가까이 살거나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이들을 핵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거나 일하는 이들과 비교한 것인데, 두 집단 사이에 염색체 이상 빈도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보이지만 암 발병 위험도 간에는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주영수 교수의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같은 연구 데이터를 가지고 다른 결론을 내 놓았다. 특히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 빈도의 경우 핵발전소 인근 주민에게 2.5배 높게 나타나는 만큼 핵발전소 방사능이 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영수 교수팀 손을 들어준 1심 판결

주영수 교수팀은 샘플 수가 적거나 제한된 조건 속에서 인과 관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영향이 없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제부터 보다 심화된 연구와 추적조사를 진행하여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울대 의학연구원은 왜 그렇게 성급하고 무리한 결론을 발표했을까? 아마도 핵발전 업계와 정부의 어떤 압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선량 방사능이 갖고 있는 잠재적 영향이 분명히 밝혀지는 날이면 핵발전 업계와 핵발전 중심의 전력 정책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 싹이라도 보고 싶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영수 교수팀의 연구는 고리, 영광, 월성, 울진 등 4개 핵발전소 방사선 작업 종사자에 대한 영향도 놓치지 않았다. 최근 방사선 피폭량이 높은 종사자들과 방사선 노출이 없거나 건강한 성인의 염색체 이상 검사를 수행한 데이터를 보면 염색체형 교환의 빈도와 염색체형 결실의 빈도가 모두 유의하게 차이를 보였다. 총 염색체 이상 빈도에서도 핵발전소 종사자가 두 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영수 교수팀의 연구는 당장 발암과의 통계적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방사선 노출량과 염색체 이상의 관련성이 확인되는 만큼 노출 저감을 위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 염색체 손상에 따른 발암가능성에 주목하여 2차 예방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균도 소송에서는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이지만, 핵발전소 종사 노동자들의 건강 영향도 앞으로 대두될 이슈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두 해가 지난 2014년 10월 17일, 균도 소송의 1심 결과를 뉴스로 들은 우리는 모두 놀랐다. 비록 원고 중 부인의 갑상선암에 대한 방사선 영향만을 인정한 것이기는 했지만, 사실상 승리에 가까운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재판부가 판단의 근거로 삼은 논리도 주영수 교수팀 연구의 결론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방사선 노출이 갑상선암의 발생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부인 박씨의 갑상선암 발생에 고리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선 외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볼 뚜렷한 자료가 없는 점, 그리고 원전 주변 지역 주민 역학 조사 결과 근거리 대조 지역인 원자력발전소에서 5킬로미터 이상 3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서도 원거리 대조 지역에 비하여 1.8배의 높은 갑상선암 발병률을 보이고 있고 박 씨가 거주해 온 지역이 이 발전소의 방사선 유출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판결 이유로 들었다. 

1심 판결이 이렇게 나온 데에는 한수원의 다소 안일한 재판 대응도 작용했을 것이다. 1심 판결에 불복한 한수원은 결국 10월 22일에 바로 항소를 제기했고, 일부 승소한 이진섭님도 1심 재판부가 기각한 자신의 직장암과 균도의 장애 경우를 제외하고, 부인 박 씨에 대한 손해 보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그리고 1심 소식에 고무된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고리, 월성 등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유사한 피해 사례를 모집해 집단 소송을 준비하기로 했다. 11월달의 집단 소송 설명회에 기장 지역 주민 1백여명이 참석하더니, 몇 달 사이에 600명 가량이 참여하는 갑상선암 공동소송으로 발전했다. 그동안 갑상선암을 비롯하여 의심스러운 질병들을 자신의 가족에게만 일어난 것으로 알거나 쉬쉬 하며 지내던 지역 주민들이 존재증명을 하러 나서게 된 것이다. 이렇게 소송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버스비 박사의 증언에 쏠린 관심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 다수가 언제나 방사선 피폭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음에도, 그것이 너무 일상화되어 있는 탓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기도 어렵다. 그러나 예를 들어 경주의 월성 핵발전소 근처에는 유난히 마을에 암 환자가 많다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분들은 월성 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삼중수소의 영향을 의심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삼중수소 농도를 언제나 점검하고 있고, 기준치 이하이므로 안전하다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핵발전소 주변 저선량 방사능은 실은 이러한 ‘기준치’의 타당성이 문제의 핵심이다.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의 이번 내한과 법정 증언, 그리고 수 차례의 강연은 그런 점에서 무척 중요한 논점을 드러냈다. 

버스비 박사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난 뒤 일본 정부가 지역 주민들 대부분의 피폭량은 연간 상한 기준치인 20밀리시버트 이하이기 때문에 암에 걸릴 일은 없을 것이라 주장한 것을 반박했던 인물이다. 그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규모가 체르노빌 사고 대의 50-100배 이상이라고 추정하며, 앞으로 10년 안에 후쿠시마 반경 200km 내의 1천만 인구 중 대략 20만명이 암에 걸릴 것이며, 50년 뒤에는 4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선량 방사선의 지속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모델을 오래 전부터 연구해왔고, ECCR도 그런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기구다. 그는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각종 재판에 이미 30여 차례 증언을 해왔다고 하는데, 지난 8월 21일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열린 한국의 법정에서 다섯 시간 동안 증언에 임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림] 버스비 박사가 묘사한 외부피폭과 체내피폭의 차이

버스비 박사는 무엇보다 이제까지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서 주로 사용한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피폭 계산 방법이 적절치 않음을 지적했다. ICRP는 1952년 창설된 민간단체로, 히로시마 원폭 투하 생존자들의 건강을 추척하여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계산법은 방사능 에너지 크기를 인체의 질량으로 단순히 나누어 평균값을 구하는 방식으로, 병원의 X선 촬영이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버스비 박사에 따르면, 방사선이 한번 휙 지나가고 마는 원폭의 경우처럼 ‘외부피폭’만을 계산해서는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즉 저선량 방사선의 경우 특히 체내로 들어와 세포 수준에서 피폭을 일으키는 ‘체내피폭’이 더 중요하고, 특히 DNA와 화학적 결합을 일으키는 핵종도 있기 때문에 이를 평가하지 않으면 실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불타는 석탄 앞에서 은은한 열기를 쬐는 것과, 불타는 석탄 조각을 삼켰을 때의 영향이 같을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버스비 박사는 특정 방사성 물질이 ‘1’의 에너지로 외부 피폭을 일으킨다고 가정한다면, 이 물질의 체내에 흡입되면 특정 세포에 흡착되어 1만배 크기의 에너지로 피폭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수원이 ICRP의 방식에 근거해 제출한 주민 피폭량은 모두 잘못된 것이며, 한수원의 데이터에 1천배 이상을 곱해야 현실적 피폭량에 근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암 발생은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체내 피폭 파악과 평가가 더욱 중요하다. ICRP의 피폭량 계산에 따르자면 핵발전소 주변의 피폭량은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어떠한 암 발생 빈도 변화도 없어야 하지만, 이미 600명의 공동소송 참여자들은 그 반대의 사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5년 6월에 발표된 미국, 프랑스, 영국 핵산업 노동자 약 30만 명에 대한 1944년부터 2005년까지의 국제 역학조사 연구 결과에서도 누적적이고 지속적인 저선량 피폭과 백혈병에 의한 사망 사이의 관련성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버스비 박사는 한국은 대도시 인근에 핵발전소가 밀집하여 소재해 있는 탓에, 저선량 방사선 영향을 보여줄 세계적으로 중요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듣고 보니, 슬프고 무섭지만 참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다. 월성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이야기와 기장군 주민들의 사례들이 이제 납득이 간다. 

버스비 박사의 증언은 균도 소송과 공동소송뿐 아니라 핵발전과 방사선 영향의 문제에 대한 앞으로의 논의와 대응에 커다란 전환점을 제공할 것 같다. 이진섭님의 외로운 투쟁은 이제 600명의 투쟁, 그리고 잠재적으로 저선량 방사선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다른 지역 주민과 핵발전소 종사 노동자의 일로 확대되고 있다. 흔한 말로, 이제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될 일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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