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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7-15 14:04
[에정뉴스] 노동과 환경의 대화 감상기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054  

지난 7월 2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마련한 "노동과 환경의 대화"에서 오고 간 이야기들을, 김현우 상임연구원이 핵심만 골라 정리했습니다. 아울러 이 글은 평등사회노동교육원의 [함께하는 품] 제7호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발행에 앞서 홈페이지 게재를 양해해 주신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에.정.연.]



▲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노동" 그리고 "환경"


소 닭 보듯 만난 노동과 환경, 민감한 부위를 건드리다

- 노동과 환경의 대화 감상기

 

필자도 연구원으로 속해 있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지난 7월 2일 독특한 월례 이야기마당을 마련했다. 이름 하여 “노동과 환경의 대화”. 가끔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자리에서나 만나던 노동운동가와 환경운동가 수 명이 자리를 함께 하도록 연구소가 억지로 사람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이런 자리가 처음은 아닌데, 2008년에도 강화도의 한 연수원에서 연구소 주최로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연대를 위한 활동가 대회’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참석했던 분들도 있었거니와 다섯 해가 지난 지금 무엇이 진전했고 어떤 부분이 후퇴했는지를 점검해보자는 의도도 있는 행사였다.
민주노총 중앙, 공공노조, 가스노조, 환경연합, 녹색연합의 활동가들이 앞자리에 앉았다. 인터넷 언론사 기자를 포함하여 청중들을 합쳐 십 수 명이다. 처음의 서먹한 분위기는 각자의 최근 활동과 고민을 나누면서 사라진다. 외려 조기 과열된다 싶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노동’과 ‘환경’의 교류의 사례는 제법 있었다. 대표적인 게 지하철 역사 내 석면 문제 대응이다.

진전과 답보

환경연합의 염형철 처장은 서울지하철노조와 환경운동연합이 역사와 차량 내 대기질 개선과 석면 위험성과 관련하여 협력을 하다가 어느 수준으로 이를 폭로하고 활동할 것인가를 두고 이견을 보였던 경우를 회고했다. 환경단체는 석면 문제를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노조는 회사 이익에 피해가 가는 지점에서 주저했고, 그 사이에 노조 집행부가 실리파로 바뀌면서 후속 활동도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서울메트로 노조가 아니라 사측이 환경운동연합과 친환경적인 지하철 만들기 협약을 맺는 상황이다.
노조 집행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서 사회적 이슈를 사업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한진도시가스 지부는 체납 가구에 대한 강제적 단전 사건을 계기로 노원지역 단가스 가구를 조사하고 그래서 겨울에는 가스공급 중단을 못하도록 바꾸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는 에너지기본권 개념을 환기시켰고 노조에서도 지역사회 공헌 측면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여성환경연대가 제안하여 대형마트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앉아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든 캠페인은 환경단체에서 노동 이슈로 접근하여 만난 사례다. 단지 자연환경이나 도시환경뿐 아니라 삶의 질로 관점을 넓히면 접점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산별이나 총연맹 수준으로 볼 때, 발전노조 파업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그리고 최근의 기후정의연대까지 노동과 환경의 연대 활동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호동 전 발전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다른 나라들의 내셔널 센터가 노동과 환경의 조화로운 활동과 역할을 위해 해 온 것에 비해 굉장히 부진해왔던 것을 인정했다.
환경활동가들은 민주노조운동에 대해 더 아픈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염형철 처장은 노동 내부의 환경 문제에서조차 노동 쪽이 훨씬 개량적 또는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작년의 불산 사태는 환경문제뿐 아니라 노동자 안전 문제가 심각했지만, 여기에 대해서 총연맹도 구미 지역 조직도 대응이 미미했다는 것이다. 관련 법을 보면 환경부는 작업장 밖을 담당하고 작업장 내는 산업부와 노동부가 관련되어 있는데, 산업부와 노동부에 대한 활동이 별로 없었다. 왜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의 안전 작업환경에 대해서 적극 나서지 않고 있을까?
역량의 부족이 먼저 지적되었다.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는 민주노총 중앙에 산업안전 담당자가 한 명뿐이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이호동 위원장도 그 동안 민주노조운동이 단기적인 노동 문제에만 천착하고 다른 여유를 갖지 못했던 점을 인정했다. 시민단체들은 담당 활동가들이 교체되면 사업과 네트워크가 유실되어 버리고, 노동조합은 집행부가 교체되면 기 동안 진행되던 사업도 지속이 안 되는 것도 문제다. 물론 노동과 환경을 잇는 활동가와 사업의 절대 수와 양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어쨌든 80년대 말 90년대 초반, 탄광지역 진폐증 문제와 원진레이온 사건 등으로 촉발되었던 산업안전과 환경에 대한 관심은 노동운동 내에서 90년대 중반 이래 오히려 수그러든 느낌이다. 김진혁 한진도시가스 지부장은 IMF 사태 이후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등 사업장 현안에 더욱 매몰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있었고, 그래서 사업장 바깥의 일과 운동들이 부차적인 것이 된 시대적인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의 철학이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라면 환경(운동)과 따로 볼 것이 하나도 없고 공통적인 것이 많을 터이지만, 노동운동 내의 현안들이 많다 보니 자기 방어에 급급하게 된 것이라는 얘기다.

애정어린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녹색연합의 윤기돈 사무처장은 대기업의 경우 노조 가입률이 그렇게 낮지도 않은데, 운동은 87년 방식에서 너무 못 벗어나고 있고, 그러면서 노동운동이 사회의 변혁을 주도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지 환경 문제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종훈 가스노조 지부장은 민주노조 내에서도 이러한 점들에 대해 일반 시민의 인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사업장을 벗어나 산별로 가면서 사회적 의제에 접근해야 함에도 이론과 현실이 달라 쉽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 천연가스는 그 자체로 환경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환경 진영과 충돌이 적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탈핵) 에너지 전환에서 가스가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할 때 가스의 비중 확대에 대해 환경운동과 교감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이 가스 민영화와 결부될 경우 환경단체가 이것을 노조 입장에 공감할 것이냐는 미묘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 점점 열기를 띠어 가는 대화

민감한 ‘민영화’ 문제

민영화나 구조조정을 앞두고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시민단체, 환경단체와 연대체를 구성하여 대응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종훈 지부장은 민영화 반대는 곧 노동조합 이기주의로 프레임이 잡혀서 노조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분위기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개혁을 둘러싼 복잡한 논의의 실타래는 벌써 10년을 넘어온 것이다. 윤기돈 처장은 2002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 논쟁 당시에 환경단체들이 민영화의 필요성을 얘기했던 것은 한전이라는 거대 공기업의 권력을 그냥 두어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보았고, 원자력에 대한 정부 보조를 없애서라도 깨야 하지 않을까라는 시각들이 있었지만, 환경운동 내에서도 논쟁이 있었음을 소개했다.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니 이야기는 더욱 ‘핫’해졌다. 염형철 처장은 예를 들어 노동운동이 주장하는 물 민영화의 위험성, 특히 물값 폭등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본다며, 그것이 물 관련 조직의 개혁을 다 무력화시키는 효과까지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응에서는 환경단체와 전력노조 등과 대립도 확인했다. 전력노조는 민영화를 반대하며 분할된 사업을 오히려 한전에 줘서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환경운동에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태도라는 것이다. 염형철 처장은 함께 하기 힘든 것이 많아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정부와의 더 큰 차원의 전선이 무산된 것 아닌가라고 돌아보았다. 노동과 환경이 전면적인 토론과 그를 통한 공동의 결론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둘 다 각개격파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요금 문제는 공공성에서도 가장 복잡한 부분이다. 노동진영은 민영화되면 요금인상이 되고 그래서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논지를 주로 내세워왔지만, 환경운동이 볼 때 에너지의 수요를 조절하고 지속가능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금 인상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기돈 처장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교차보조와 같은 요금체계 왜곡들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것이 꼭 민영화로 가서 될 일도 아니라며, 그렇게 안 가려면 우리가 지금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같이 인식하고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동 위원장은 그 동안의 논의와 경험을 통해 노동운동이 찬핵 대 반핵의 이분법이 아닌 탈핵이라는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전환에는 동의하게 됐지만, 현재의 전력 공공체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노조가 조합주의적 대응을 벗어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보았다. 또 밀양 송전탑 문제에 있어서 지난 번 토론 민주노총 토론회에서 우리가 입장을 내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도 했는데, 사실 이게 노조 간 갈등 문제도 있어서 내재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염형철 처장은 이러한 상황의 책임이 노동에게만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도 한 편으로는 위기감이 있는데, 그 전까지는 환경단체만으로도 해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업의 포석도 들어오고 중산층운동화된 측면이 있어 이렇게 가다간 자본에 포섭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 미국의 노동 환경 동맹인 블루그린 얼라이언스. 한국에서는 어떻게 가능할까?

노동과 환경, 인턴 교환부터 해보자

마무리의 이야기는 다시 화기애애, 건설적이 되어갔다. 이호동 위원장은 지금은 이 정도의 이야기가 서로 가능해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과거의 논쟁의 기억들이 커서 환경운동 리더들을 만나서 쉽게 이야기하고 농담하는 걸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실무진들도 토론회에서 만나면 격전을 치르고 했고, 그나마 지금은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자기 반성도 하고 서로 지적도 할 수 있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이라는 의견이다. 윤기돈 처장은 모든 운동이 권리를 찾아가는 운동인데, 환경운동이 어려운 게 탐욕과의 싸움이라며, 그렇게 볼 때 노조가 가지고 있는 탐욕도 분명히 있는데 노조가 바뀌어야 할 게 뭘까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픈 질문이 오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우리 내부에서 서로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야 외부에 나가도 더 잘 된다고 본다며, 그런 자리가 더 많아지기를 희망했다. 김진혁 지부장은 오히려 더 많은 비판을 주문했다. 예컨대 원전부품 비리에 대해서 해당 노조가 몰랐겠느냐 하는, 이런 것도 보다 강하게 제기하면서 노조에게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회와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자리를 정리하며 나온 레퍼토리들은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 모두 일상적 교육의 역할, 공동의 기획 사업이 필요하다, 뭔가 의제를 발굴하는 회의를 매월 해보자, 기층의 일상적인 교류가 필요하고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쉽을 기획해야 한다는 것들 말이다.

강양구 기자는 뾰족한 코멘트를 던졌다. 이런 자리를 십년 동안 지켜본 사람이지만, 논의의 수준이 훨씬 더 낮아져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지금은 노동과 환경이 뭘 같이 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같이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당위론으로 시작해서 당의론을 끝나는 쳇바퀴 논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야기는 역시 화기애애한 뒤풀이로 이어졌다. 가끔씩 만나서 부분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음 날 어제의 대화 참가자 중 한 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환경운동 활동가들은 공공성에 대한 관점이 정말 우리와 다른가 라고 내게 물어왔다. “노동운동 활동가들과 정파들은 한 천 번을 만나서 치고 받고 동의하고 반대하고 해서 그걸 가지고 열 가지쯤을 같이 하는 것 아닌가요? 가끔씩 열 번쯤 만나서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생각이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뭘 할지도 잘 안나오겠죠.” 나의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다시 2008년 강화도의 수련회를 떠올려 보아도 비슷한 착한 이야기들이 오버랩된다. 그 때 공공운수연맹의 나상윤 정책위원장의 제안 중에 민주노총과 주요 환경단체들 사이에 인턴 교류를 해보자는 것이 있었다. 월급은 각각 원 소속 조직에서 주고 상호 파견근무를 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민주노총에서 파견나온 활동가들은 환경단체의 사회담당 부서 언저리에 쭈볏쭈볏 자리를 잡고 뭘 할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이 사람에게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요새도 장기농성하는 곳이 많죠, 그런 이야기부터 붙여볼 것이다. 민주노총에 파견된 환경단체 활동가들 옆에는 아마도 산업안전 담당자를 붙여줄 것이지만 처음에는 역시 막연할 것이다. 이 활동가들 관찰하던 무뚝뚝한 노조 활동가들은 이 사무실에 전등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쓰레기를 이렇게 섞어버려도 될까요, 이런 눈치보기 질문부터 할 것 같다.
그것이 시작일 것이다, 말뿐이 아니라 뭔가를 하게 만드는 것은. 총연맹과 주요 환경단체가 한 사람씩의 파견자 급여 부담도 못한다고는 말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왕 파견을 했고 파견을 받았으면 쏠쏠히 써먹을 궁리를 하고 사업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 이제라도 나상윤 위원장의 말을 진지하게 접수해야 하겠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진보신당 녹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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