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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16 18:58
[언론기사] [오마이뉴스] [기획- 메콩의 햇빛④] 타이 문강 팍문댐 반대 운동이 던지는 질문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7,864  
25년간 돈을 거부한 주민들, 왜 그랬을까
[기획- 메콩의 햇빛④] 타이 문강 팍문댐 반대 운동이 던지는 질문

오마이뉴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착한여행과 함께 라오스 산간학교에 햇빛발전을 지원하는 공동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부터 꾸준히 라오스 산간학교에 태양광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이 사는 메콩강 유역 산간 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10km이상 걸어서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이들 산간학교 기숙사에 지원되는 태양광 시스템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라오스 산간학교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햇볕발전 이야기에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라오스 남부에서 만난 메콩강의 위엄
ⓒ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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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 머리 위로 뜨거운 태양을 안고 다시 메콩의 품에 몸을 실었다. 꼭 3년만이다. 물의 어머니, 어머니의 강 메콩은 3년의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무색하게 여전히 그 넓은 품으로 주변의 산과 들, 하늘과 바람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고 있다. 건기라서 강물의 수위가 그리 높진 않지만 시퍼런 위엄은 그대로이다.  

메콩의 숨결을 품은 바람과 대지의 온기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버마, 중국, 태국 6개 나라에 가 닿는다. 이들 나라 국민들에게 메콩은 삶의 원천이다. 아니 삶 그 자체이다. 메콩 지역 주민들은 메콩에서 나는 물고기를 잡아 끼니를 해결하고, 메콩의 흐름에 몸을 맡겨 더위를 식히며, 메콩의 비옥한 강물로 농사도 짓고 가축도 기른다. 아이들에게는 지상 최고의 놀이터이자 삶의 지혜를 배우는 학교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들에게 넓은 품을 내어줄 것만 같던 어머니의 강에도 아픔이 찾아왔다. 성장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삶을 휩쓸기 시작하면서 6개 국가에 불어 닥친 개발의 바람에 메콩이 마음껏 제 힘을 내지 못하고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는 법이라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메콩의 지류인 문강(Mun River)이 흐르는 태국 우본 라차타니(Ubon Rachathani)의 어느 마을에 25년이 넘도록 이어져온,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3월의 중천에 졸음이 밀려올 법도 한데 귀를 쫑긋이 세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메콩강을 따라 흐른다.

만천하에 드러난 거짓... 수문을 열라! 

태국 우본에 흐르고 있는 문(Mun)강, 문강은 메콩의 가장 큰 지류이자 태국에서 가장 비옥한 강이다. 아니 그랬다. 메콩을 따라 문강에 흘러들어온 풍부한 수자원과 물고기로 문강 인근 지역은 그 어느 곳보다 살기 좋은 곳이었다. 댐 건설 이전까지만 해도. 

그러던 어느 날 태국 정부는 전력 생산을 이유로 문강에 대규모 댐을 짓기로 한다. 댐의 이름은 팍문(Pak Mun)댐. 세계은행이 건설 자금을 지원하고 태국 전력(EGAT: Electricity Generating Authority of Thailand) 이 건설을 맡았다. 이들과 태국 정부는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댐을 짓는 것이라 말했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댐이 자신들의 삶을 파괴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느닷없이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들은 댐 건설을 막기 위해 거세게 항의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도리 없이 댐 건설은 강행된다. 1989년 댐 건설이 승인되고 1991년 건설을 시작해 1994년에 완공된다. 댐이 지어지는 동안에도 주민들의 시위와 반대 운동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태국 정부는 마치 귀머거리인 듯 주민들의 외침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주민들은 댐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인정하고 대신 수문을 열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된다. 


▲  팍문(Pak Mun) 지역지식센터에서 팍문댐 건설 이전의 삶에 대해 설명하는 주민
ⓒ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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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가장 큰 걱정은 더 이상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어. 수십 년 평생 물고기를 잡으며 이웃 간 관계를 맺고 나누며 살아왔는데 댐이 들어서면 메콩을 따라 문강으로 흘러들 물고기들이 줄어들 게 뻔하지 않아? 그러면 자연스럽게 생계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간의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너무도 당연한 이치인데 정부는 도무지 들어먹지를 않아. 오히려 댐 건설업자들이랑 이구동성으로 댐이 지어져도 문강의 물고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니 당신들이 먹고 사는 데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오! 하더라고.. 말이 되야 말이지." 

댐 건설 이전부터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분미(Bunmi, 63) 할아버지가 당시를 회상하며 분통을 터뜨리신다. 함께 모인 다른 주민들도 덧붙인다. 당시 정부는 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주민들의 삶에 생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혜택을 줄 것이라 했다고 한다. 심지어 더 많은 종류의 물고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는 만천하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팍문(Pak Mun) 댐 건설 이전에 문강에 살던 어종은 265종이었어. 마을주민들이 NGO의 도움을 받아서 일일이 조사를 다 했더랬지. 하지만 댐이 생겨난 이후 어종은 45종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말았지. 물고기들은 강을 따라 흐르며 산란을 하고 넘나들어야 하는데, 문강은 더 이상 최적의 삶의 터전을 제공할 수 없게 된 거야. 댐 건설로 생겨난 저수지로 강여울과 기슭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식물, 수초들도 모두 잠겨버렸고, 이게 다 우리가 먹고 사는 주식인데..."

결국 댐이 지어져도 문강의 생태계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 말했던 정부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주민들은 분노했다. 이에 자신들의 젖줄인 문강을 지키기 위해 다시 소매를 걷어붙이고 정부를 향해 수문을 열어줄 것을 외쳤다. 물고기가 줄어든 것이 댐 건설로 수문이 막혔기 때문인지 아닌지 수문을 열어서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주민들의 삶을 건 끈질긴 요구와 투쟁 끝에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2001년 6월 14일부터 2002년 6월까지 약 1년간 수문을 열기로 했다.  

돌아온 물고기들 

수문이 열리자 거짓말처럼 물고기들이 다시 문강으로 돌아왔다. 강 상류에 산란을 하기도 했다. 

"눈앞에 명백히 드러났지. 사라졌던 물고기 137종이 메콩에서 문강으로 돌아온거야. 2001년 6월부터 2002년 5월 사이에. 게다가 사라졌던 여울들도 조금씩 다시 생겨나고 강기슭에 서식하던 식물들도 다시 보이고 말이야. 100%는 아니지만 마치 댐이 건설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 듯 했어." 

분미 할아버지 옆에서 조용히 듣기만 하던 우돔(Udom, 54)씨가 약 1년간 수문이 열렸던 시간을 떠올리며 흥분된 어조로 말한다. 

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수문이 열리고 나서 33종의 물고기가 여울에, 25종이 강 깊은 곳에, 40종이 훨씬 더 깊은 곳에, 22종이 강 가운데 급류 사이의 소용돌이 속에, 24종이 동굴에, 56종이 때마다 강물이 범람하여 생기는 습지에 알을 낳았다고 밝혀졌다.

▲  팍문(Pak Mun)댐 건설 이후 더 이상 문강에서 잡히지 않는 어종
ⓒ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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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이 열린 기간 동안 국제사회와 지역 자체 조사, 지역 대학 등 많은 연구 조사가 이루어졌다. 태국 정부와 팍문댐 건설을 맡은 태국전력 당국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든 조사의 결과가 일치되는 점이 있다. 바로 수문이 열렸던 약 1년 동안 문강의 생태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었으며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생활도 회복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팍문댐이 애초에 목표한 전력 생산에 실패하였으며 태국전력(EGAT)이 주민들 간에 갈등을 조장하고 지역의 가난을 초래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팍댐 사례는 문강의 생태계 파괴로 인해 태국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정치적 투쟁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여전히 정부에 수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그거 하나에요. 정부가 현금이니 뭐니, 보상을 제공했지만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고 그걸로 먹고 살기는 불가능해요. 오히려 보상 때문에 사람들 사이가 나빠지기만 했죠. 삶의 질이 떨어진 건 물론이고. 수문이 열리지 않는 이상 여기서 제대로 살기는 어려워요."

팍문댐 주민네트워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왕(Sawang, 46)씨는 정부가 댐 건설로 이주한 주민들에게 제공한 보상이 주민들이 원한 형태가 아니었음을 토로하며 보상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겼다고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보상금을 전액 현금으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 가구당 받게 될 금액의 3분의 1만 현금으로, 나머지 3분의 2는 조합운영 지원금으로 제공하여 주민들이 돈이 필요하면 조합에서 빌려 쓰게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돈을 빌릴 때는 이자를 내야 한다.

결국 댐 반대 운동이 보상 요구 운동으로 바뀌면서 주민들 사이에 입장이 갈리고,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했다. 어떤 주민들은 정부가 주는 방식을 받아들여서라도 보상을 받기를 원했고 다른 주민들은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고 전액 현금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나가고. 그러는 중에 정부는 이들 사이에서 이간질을 시키고.

문득 궁금해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구별로 보상금을 전액 현금으로 깔끔하게 주고 주민들이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 편했을 텐데 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일종의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팍문댐 사례에서 주민 보상을 주민이 요구하는 대로 주게 되면 다른 댐을 건설할 때 참고 사례가 되니까.정부는 잠깐 시끄럽게 되더라도 굽히지 않은 거죠." 

10년 이상 이 지역의 주민네트워크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라(Lah)씨의 말이다.  

"돈은 환상이다..." 

20년 넘게 싸워온 이들의 삶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정부가 말한 대로 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혜택을 받아 윤택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을까? 1년간 수문이 열리고 나서 정부는 잘못된 주장을 인정하고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을까? 보상 문제야 주민들에게 불리하게 이루어졌다고 해도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와 국내사회가 동시에 지적한 사항이니 어느 정도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은근한 기대를 품은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정부는 끝까지 귀를 닫고 있어. 수문을 열어서 조사한 결과가 있으니 아예 무시하지는 못하고 자기들이 조사한 걸 가지고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에만 물고기가 이동을 하니까 1년에 4개월만 문을 열면 된다는 거야. 그런데 다른 조사결과에서는 1년 내내 물고기가 메콩과 문강 사이를 이동하고 알을 낳는다고 밝혀졌지. 또 수문을 1년 내내 연다고 해서 팍문댐이 만들어내는 전력 생산량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고. 이미 팍문댐은 목표한 전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걸...."

▲  댐 건설 이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주민들
ⓒ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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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미 할아버지는 더욱 강경한 어조로, 지금 주민들은 다시 단결하여 수문을 1년 내내, 영원히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들은 척도 안하고 1년에 4개월간만 수문을 여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작년에는 오로지 2개월만 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협상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문강을 떠나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런 식으로 보상을 하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집을 옮겨야 했고. 무슨 노력인들 안 해봤겠어? 다른 일자리도 구해보고 먹고 살 궁리를 했지.그런데 그게 쉽게 바뀔 수 있냐는 거야. 평생을 강에서 살아온 사람들인데.예전엔 문강만 있으면 뭐든 다 가능했어. 물고기를 잡아서 끼니를 해결하고, 팔아서 다른 필요한 물품을 사고, 벼농사를 짓는 사람과 교환해서 나누어 먹고. 강 근처 숲에서 나무를 캐와서 장작을 하고, 과일도 따먹고." 

자연으로부터 먹을 것들이 넘쳐나니 돈이 필요 없었지. 내 손에 현금이 안 쥐어져도 아무 문제가 없었어.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어. 자연이 아니라 이제는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거야. 강에서 구하던 물고기를 시장에 가야만 구할 수 있어. 이웃들과 나눠 먹던 것들을 이제는 무조건 시장에서 사야만 해. 하루에 최소 150바트(Baht, 태국 통화 단위)는 필요한데 벌어올 데가 있어야지."

한참을 열띠게 이야기를 나누다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우돔씨의 한마디에 가슴이 몹시도 울렁거렸다. 

"우리가 말하는 게 있어. '돈은 환상에 불과하다. 물고기가 진짜다'라고..."

한국, 일본, 중국, 라오스의 시민사회와 언론이 메콩 지역 개발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꾸려진 조사단의 일행으로 이들 주민들을 만나면서 궁금한 것이, 묻고 싶은 것이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가끔 이들이 격앙된 목소리를 높이거나 혹은 차근차근 말하다 때때로 깊은 숨을 쉬며 호흡을 고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목이 메고 더 이상 입을 열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돈은 환상에 불과하고 물고기가 진짜라니. 이 얼마나 명료하고도 절대적인 진리인가. 삶의 지혜인가. 감동인지 아픔인지 모를 감정에 잠시 멍해져 있다가 다시 분미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와 얼른 정신을 차린다.

"팍문댐이 물고기만 사라지게 한 게 아니야. 이 마을의 전통이 깨졌지. 대대로 내려오던 물고기 잡는 기술을 더 이상 보존할 수 없게 됐고, 남자들은 여기서 더 이상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가 어려우니 방콕이든 어디든 도시로 떠나야 했고, 떠난 남자들은 도시에서 외롭고 힘드니 새로운 가정을 가지게 되고. 남은 처자식들마저 떠돌게 되거나 여기서 입에 풀칠하기가 쉽지 않아졌고. 수문이 열리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강물 오염이 심해질 것이고, 물고기들은 죄다 죽어버리겠지. 그러면 이 마을은 더 이상 보존하기가 힘들어."

분미 할아버지가 잠시 상심으로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라씨가 거들어 설명해준다. 현재 문강의 수질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고 이로 인해 주민들의 식량 안보가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물고기를 잡는 것 말고는 해본 일이 없으니 다른 일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서 일자리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다른 일을 구할 수 없는 주민들은 결국 한참 떨어져 있는 다른 강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와 여기서 다시 팔아 수입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 지역의 자산은 문강의 물고기를 잡는 것이고 이로부터 나온 지역 고유의 지혜가 주민들의 삶을 지켜왔는데 이 모든 게 상실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물고기를 원한다

▲  댐 건설 이후 수문 개방 요구 시위 운동에 대해 설명하는 주민
ⓒ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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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시계를 살펴보니 어느새 4시간이 훌쩍 흘렀다. 이야기에 푹 빠져 시공간을 넘나들다 이들의 삶에 잠시 마음을 맡겼다가 문득 고개를 흔들어본다. 20년간의 지난한 투쟁의 역사를 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외부에서 찾아온 낯선 이들에게 전하는 것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행여나 아픔만 들추고 가는 것이 아닐까? 도움이 되지도 못할 텐데 이러고 있는 것이 무책임한 것 아닐까?
속으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이런 내 마음을 읽은 마냥 분미 할아버지가 힘주어 말씀하신다.

"우리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널리 퍼져 알려졌으면 좋겠어. 이렇게 여러분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우리의 투쟁의 삶을 전할 수 있어서 자랑스러워. 우리가 살아온 것은 정부와 권력의 부정의에 대한 저항이었어. 이런 일이 여기뿐이겠어? 다른 곳에서도 비일비재 할텐데. 우리 삶을 공유해서 다른 곳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야.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수문이 열려서 다시 우리가 살던 삶이 회복되는 거야. 전통을 되살리고 싶어. 우리는 전기를 원하지 않아. 물고기를 원하지.."

참으로 또렷했다. 전기가 아닌 물고기를 원한다는 이들의 눈동자는 더 없이 맑고 또렷했다. 수문이 열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의 다짐은 더 없이 강건했다. 오랜 시간 동안 겪어오면서 지치고 주저앉을 법도 한데, 삶의 터전인 문강을 지키겠다는 굳은 결심은 이들 가슴속에 흔들림 없이 뿌리깊이 박힌 듯했다. 이토록 강한 힘을 지킬 수 있는 데에는 주민들이 끝까지 목소리를 잃지 않도록 옆에서 지원하고 있는 지역 조직들과 국제단체들의 응원도 한몫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개발과 권력에 맞서 갈등과 분열을 겪으며 극복해온 과정에서 주민들 스스로 다져온 공동체의 의미, 공동체가 가진 지혜에 대한 믿음이 그 중심에 있는 듯 했다. 절대 자신들의 삶의 지혜와 자산을 전력 생산과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라씨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팍문댐의 잠재 전력 생산량은 136MW에요. 현재 팍문댐에서 나는 전력으로 고작 방콕에 있는 백화점 3~4개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본으로 오기 전 하룻밤 머물렀던 방콕의 복잡한 거리와 수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다니던 고층 백화점들이 언뜻 눈앞에 잠시 펼쳐진다. 수백 년을 살아온 수천 명의 삶과 또 다른 수천 명의 소비가 거래되는 순간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심정으로 어둑어둑해진 하늘만 무심코 바라본다.

/윤지영 ODA(공적개발원조) Watch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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