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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6-15 12:12
[언론기사] [교수신문] 권력의 ‘그물로 바람잡기’ 진단… ‘사유의 정지’ 상태 비판도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898  

엄혹했던 4․11 총선 패배, 비례대표 부정경선으로 쑥대밭이 된 통진당 사태에 대한 통렬한 자성을 요구하는 의미일까. 변화의 물결이 휩쓸고 간 뜨거웠던 지난 봄. 계간지 봄호의 정치에 대한 열띤 논쟁들은, 여름호에서 주춤거린다. 이들은 어떤 고민을 풀어냈고 있을까. <문학과 사회>, <오늘의 문예비평>, <창작과 비평>은 문학으로 돌아가 비평의 날을 벼리고 있다. <문화과학>, <역사비평>, <황해문화>은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왠지 모를 불안감에 현실 정치를 짚어냈다.



올해를 끝으로 편집위원에서 빠지는 1세대 심광현 한예종 교수(영상학),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문학)가 편집한 마지막 <문화과학>70호는 지난 20년의 궤적과 쟁점에 관해 총체적인 분석을 실었다. 심 교수는「<문화과학> 20년의 이론적 궤적에 대한 비판적 회고: 개혁과 혁명의 변증법적 리듬 분석을 중심으로」에서 <문화과학>이 3단계를 거쳐 이론적 진화를 했음을 시기별로 정리해내고 있다. 서구 좌파 이론을 수용해 해석했던 1기를 지나, ‘문화사회론’을 주창했던 2기, 그리고 이론적 실천을 외쳤던 ‘코뮌주의적 생태문화사회론’의 3기가 그 구분점이다. ‘민중의 집’ 운동으로도 이어졌던 그들의 실천운동은 문화․예술운동의 새로운 미학적 전망을 체계화했음을 제시하며 끝을 맺는다.

반면 강 교수는 「공황과 혁명, 그리고 문화」에서 현재의 자본주의가 1929년 대공황 수준을 뛰어넘는 ‘특대공황’으로 나타날 것을 경고한다.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를 위해서는 문화적 인간의 능력이 발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혁명의 문화화라는 강 교수의 주장과는 조금 다르게, 이정구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유로존 경제위기의 동향과 전망」에서 위기에 대응하는 대중의 계급투쟁 전략을 살핀다. 이 교수는 위기의 이면에 있는 유럽의 비대칭적인 통화통합이 문제란 시각을 보여준다. 마르크스주의로 돌아간 이들의 현실 모색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포스트미디어 대중교통시대 도래

오는 가을에 100호를 찍을 <역사비평>은 이번 99호와 함께 ‘전환기의 역사정책’을 야심차게 기획했다. 퇴행하지 않는 ‘역사정책’을 2013년 정부에게 제언하는 의미에서 역사교과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준공사업, 남북역사학교류를 통해 짚어봤다. 특히 역사교과서에 학계의 논쟁보다 언론과 정재계의 간섭으로 복잡하게 전개됐음을 밝힌 안병우 한신대 교수(국사학과)의 「민주적인 역사교육정책의 수립과 실천방안」은 방대한 자료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동기 서울대 HK연구교수와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사학과)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사업 비판과 정책 대안」은 단선적인 국가성장사관에 집중된 박물관정책을 비판하며 전면적인 공사 중지를 요구해 그 파장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을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호의 특집은 ‘유신헌법 공포 40년-일상과 의식 속의 유신체제’이다. 유신헌법 공포 40주년을 맞아 생활․문화에 가해졌던 국가의 통제를, 체육정책, 주민등록증, 영화검열, 호국영웅만들기와 전통문화유산정책 등 네 영역으로 구분해 실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논의를 거친 부분이라 새로움을 읽을 수 없어 아쉽다. 오히려 주목할 글은 ‘지금, 여기!’에 실린 왕후이의「충칭 사건-밀실정치와 신자유주의의 권토중래」다. 성공적 개혁모델을 이끈 충칭시 보시라이 서기의 실각과 왕리쥔의 망명, 영국인 사업가의 죽음을 둘러싼 루머까지 세계적 이슈였던 이 사건을 왕후이는 중국에 몰아칠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본다. 국내 최초 발표다.

임기 말 레임덕의 현실을 애써 못 본채 하는 현정권에 대한 조롱처럼 읽히는 <황해문화>75호 특집 ‘미디어 지각변동과 지식권력의 재편’에 눈길이 간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의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실패 ‘전말기’-시장의 배반과 새로운 주체의 반란」은 종편을 ‘퇴행적인 방송시스템’으로 규정한다. 최 교수는 올드미디어 장악에 성공한 이명박 정권이 인터넷 방송과 SNS의 파급력을 인지하지 못해 실패한 것을 ‘그물로 바람잡기’로 명명한다. 최태섭 문화평론가는「전자정의의 탄생-사이버 공간의 정치 없는 정의의 기원」에서 1980년대 컴퓨터 교육에서 시작해 엽기와 풍자의 IMF, 딴지일보 시대를 거친 네트워크사를 분석함으로써 ‘광속’으로 달라지는 인터넷 속의 ‘정의’를 비판하며, 더 많은 사람이 내는 소리가 ‘정의’가 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포토에세이 「작별인사하려는 구럼비에게 희망의 손길을」통해 권력에 맞서는 강정마을의 속이야기가 펼쳐지고, 기나긴 투쟁과 자발적 주민발의의 과정을 가진 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정을 풀어낸 「마침내 열린 학생인권의 시대-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의 제정과 그 의미」도 현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취를 드러낸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의 「등대정당은 성공할 수 있나-진보신당과 녹색당」정치비평은 4․11총선에서 패배한 두 정당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새로운 모색을 제안하고 있다. 건축, 영화, 음악, 미술, 미디어, TV, 만화영화, 미술 분야에 대한 문화비평 논문들은 현대성에 기대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일독을 권할만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의 양적 팽창과 비평 담론의 괴리

<문학과사회>98호는 <창작과비평>156호와 조금 대조되는 부분이 있다. 후자가 소설의 가능성을 묻는다면, 이들은 구체적 텍스트를 점검한다. <문학과사회>98호의 ‘징후들’에서는 젊은 소설가 백수린, 이갑수의 입을 통해 ‘이해와 오해 사이에 있는 소설’을 구하기 위한 대화가 흥미롭다. 한눈에 현재 한국 시단의 세대별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황동규, 오은, 김승일을 비롯한 여덟 시인의 시도 싱그럽다. ‘비평논문’에서 김주연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김숨의 소설세계 속 희망으로 ‘생명의 에너지’를 찾아냈다. 김다혜 씨(연세대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은「미디어 팬 소설, 텍스트 밀렵과 브리콜라주의 세계-영화「인셉션」을 중심으로」에서, 영미권에서는 1980년대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인터넷 상 ‘팬 소설’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내 흥미롭다. <문학과사회>는 특집으로 ‘미학적 진보와 정치적 진보’를 선택했다. 김예림 연세대 교수(학부대학)는 소설과 영화라는 텍스트 안팎을 넘나드는 현실적 욕망과 지향을 어떻게 소통하고 절합할 것인가에 대해「‘존중’없는 사회의 대중문화, 그 욕망과 미망에 대한 단상-「도가니」와 「완득이」를 중심으로」에서 논했다. 김작가는 「한국 음악의 현재, 인디냐 진보냐」에서 최근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해프닝 중의 하나였던 레이디 가가를 음악계의 진보인사로 규정하고,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디’의 개념이 종말을 맞이했음을 고한다.

정치가 현실을 압도하고, 자본이 빠른 속도로 삶의 자리를 차지해가는 지금, <오늘의 문예비평>85호는 ‘비평의 모험, 비평의 이행’을 특집으로 잡고 오늘날 문학비평이 직면한 사태를 현실적으로 살폈다. 문대성의 ‘표절’과 ‘당선’으로 글을 이끌어낸 박형준 경성대 교수(국어교육)는 「비평의 이행, 혹은 인문의 귀환」에서 ‘사유의 정지’상태에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도정일의 글쓰기를 고찰함으로써 자본에 잠식된 삶과 문학비평, 그리고 조각난 인문학적 가치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창한 의도와는 다르게 윤인로 편집위원을 비롯한 세 명의 특집은 특유의 난해함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오히려 이종민 경성대 교수(중국대학)의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왕후이의 중국 개혁개방 서사에 대한 질의」가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이 교수는 중국의 대표적 비판 지식인 왕후이의 ‘반현대성의 현대성’개념을 통해 중국의 현대화를 짚어낸다. 그러나 중국식 비자본주의적 발전방식에 대한 자기성찰 없이 중국 사회주의를 자본주의의 현대성에 저항하는 발전방식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은 남아있음을 지적해 일독을 권할 만하다. 이득재 대구카톨릭대 교수(러시아어학)의「지역을 주목하라-레프트 대구」는 4․19혁명의 도화선이던 대구가 TK로 불리는 정치적 퇴행의 길을 걸어온 역사를 지적하며 ‘코뮌운동’을 통해 자본주의의 위기를 벗어나야 함을 주장해 눈길을 끈다. ‘해석과 판단’에서「민주주의를 재사유하기 위한 10개의 키워드」로 평등, 대중, 탈정치, 자본주의 등을 제시한 문강형준의 글도 흥미롭게 읽힌다.

흥미로운 소설과 시로 풍성한 <창작과 비평>156호는 2007년 여름호 장편소설 특집에 이어 ‘다시 장편소설을 말한다’를 특집으로 잡았다. 한기욱 인제대 교수(영문과)는 「기로에 선 단편소설-장편소설과 비평의 과제」에서, 최근 몇 년 사이의 ‘장편소설 붐’에 비해 비평 쪽에서는 ‘장편소설 비관론’이 나오고 있는 현 상황의 괴리를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허윤진은 「분노와 경이-오늘의 장편소서로가 새로운 경이」에서 최근 급성장한 판타지, SF소설을 통해 관습적 세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새로운 ‘경이’의 서사를 살핀다. 새로 연재를 시작한 정이현의 『내 모든 것』도 즐겁게 읽힌다.

‘4․11 총선 이후의 한국정치’를 주제로 정치의 현주소와 전망을 내다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이해찬 국회의원의 대담은 제법 진중하다. 윤 이사장과 이 의원은 진보적 가치가 대중에게 확산, 공감된 정도보다 구체화하지 못한 정책과 민생이 야권의 실패를 초래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여야가 수적 동수를 이룬 19대 국회가, 대선 전까지의 기간을 이용해 상당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2013년 체제’가 분석적 개념이 아닌 실천의지를 가진 형성적 개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논단과 현장에 실린 김기원 방통대 교수(경제학과)의 「한국사회의 모순과 2013년 체제」역시 한국 사회의 이념․정책지형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대담과 함께 읽을 만하다.

* 기사원문 :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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