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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2-02-23 11:29
'에너지산업 국유화', 그리고 '부유세'를 생각한다 / 한재각 기후정의활동가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539  
'에너지산업 국유화', 그리고 '부유세'를 생각한다
[초록發光] 기후위기에 부합하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일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약속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나 핵발전에 매달리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켜보자면, 우리 사회가 과연 기후위기 시대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회의하게 된다. 그리고 절망하게 된다. 그나마 기후대통령을 내세우는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지만, 3%의 지지율을 뚫어내고 있지 못해서 안타깝다. 그러나 공약이나 행보를 살펴보면, 심상정 후보에게도 고개를 갸우뚱할 일이 적지 않다. 기후위기 상황에 걸맞고 또한 위기의 핵심을 바로잡는 과감하고 근본적인 제안들이 없다. 적어도 이번 대선에서 다음의 두 가지 의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길 희망한다.

첫째, 에너지기업들의 국유화 문제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배출하는 마지막 단계에만 매달려왔다. 기후심리학자 조지 마샬은 이를 마약 퇴치 작전에 비유한다. 마약을 근절하겠다며 대도시 뒷골목의 마약 딜러들만 단속할 뿐, 이를 대규모로 생산하여 공급하는 마약 카르텔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계속 채굴하여 공급하는 화석연료 기업의 생산 활동을 규제/금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이 막대한 수익을 내는 만큼 지구는 더욱 뜨거워진다. 화석연료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석연료 매장량의 85%를 채굴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비상상황에 걸맞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굴뚝이 아니라 유정을 틀어막아라! 화석연료를 더는 캐내지 말라! 국제 기후정의운동의 목소리다.

한국은 90% 이상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며, 그 대부분이 화석연료이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화석연료 사용 줄이기를 의미하지만, 그간 화석연료 수입을 통제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었다. 지금까지도 정부 정책은 화석연료의 안정적 공급(수입)과 해외 화석연료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서 기업들에 막대한 재정적,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까지 한전이 추진하다가 8000억 원 이상을 날리고 실패한 호주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도 그 중에 하나다. 기후위기 시대,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온실가스 감축에 맞춰서 화석연료 수입 감축에 직접 초점을 둬야 한다. 즉, 소비 단계가 아니라 공급 단계에서 화석연료 수입을 강제적으로 줄이는 비상조치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비상상황에 걸맞은 이 접근은 자본을 통제하는 것으로 실현할 수 있다. 이러한 비상조치를 위해서, 코로나 사태에 그랬던 것처럼 국가가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맞춰 화석연료 수입 축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 (최소한) 화석연료 수입 부문을 국유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석유를 수입하는 석유사들을 전면적으로 국유화하여 이 수입 축소 계획 시행을 보장해야 하며, 이 산업을 체계적으로 해체하고 정의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석탄과 천연가스를 수입하여 사용하는 민간발전사와 철강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안드레아스 말름과 같은 학자가 주장하는 생태 레닌주의 접근이다. 피할 이유가 없다. 아니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둘째, 탄소불평등을 바로잡는 문제다.

지구적으로 불평등이 극심하다. 작년에 발표된 세계불평등보고서에 의하면, 전지구 상위 10%가 가져가는 소득은 전체의 50-60%나 되는데, 전지구 하위 50%의 소득은 전체의 10% 이하에 머물러 있다. 자산불평등은 더욱 심각했다. 개별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자체가 심각한 문제이지만, 부자들이 과시적이고 낭비적인 소비로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항공기 여행, 무거운 SUV 차량 운행, 거대한 저택 거주 등이 부자들이 세계 평균의 수십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흔한 방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부자들은 쓰고도 남는 소득을 지구적 남반구를 착취하는 사업에 투자하여 돈을 벌면서 온실가스를 거대하게 배출하고 있다. 이 탓에 소득불평등은 탄소불평등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지구 상위 10%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48%를 배출하는 반면, 전지구 하위 50%의 배출량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한국도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50%의 14배 수준에 이른다. 이런 소득불평등이 탄소불평등으로도 이어진다. 한국의 일인당 평균 배출량이 14.7톤이지만, 상위 10%의 일인당 배출량은 54.5톤에 달하며 하위 50%의 일인당 배출량은 6.6톤에 불과하다. 상위 1%의 극소수 부자들의 일인당 배출량이 180톤이라는 사실까지 덧붙여 보면, 한국의 탄소불평등은 더욱 극적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에서 모든 계층의 소비 지출이 줄었지만 상위 20%의 계층만이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내구제 소비 지출을 증가시켰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은 한국 탄소불평등의 메커니즘를 약간이나마 이해하게 해준다. 재난 앞에 모두가 웅크리고 있을 때, 부자들은 넉넉한 소득으로 자동차 등을 구입하며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것이다.

세계적인 불평등 학자인 토마 피케티는 최상위 부유층의 소비를 강력히 규제하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소비 규제의 근본적 방안은 소득 규제다. <적을수록 풍요롭다>의 저자 제이슨 히켈은 최상위 부유층의 소득을 규제하고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서 최고임금제도 그런 방법 중에 하나다. 한 기업 내에서 가장 많은 급여가 가장 낮은 급여의 일정 배율 이상이 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스페인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이미 이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세계불평등연구소는 부유세의 도입과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최상위 부유층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가장 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평등 해결이 바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일이다.

화석연료 해외개발의 금지 및 수입 통제 및 축소, 최고임금제도의 도입 및 부유세의 도입․강화… 기후위기 시대, 그리고 불평등의 시대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꼭 다루어야 할 핵심적인 의제다. 이번 대선에서 이런 논의가 시작되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절박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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