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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10-05 10:56
기후위기에 드리운 미세먼지 / 김형수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34  
모두가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똑같이 닮은 듯이 미세먼지에 집착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점에 이르지 않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대응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더 강도 높게 할 수 있다. 이제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방점을 찍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미세먼지가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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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드리운 미세먼지
[에정칼럼] 한국 온실가스 배출, 강도높은 감축 필요

지난 9월 21일에서 27일은 전 세계 기후위기 파업 주간이었다. 7백 60만의 세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각국 정부에 화석연료 사용을 종식시키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책을 당장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23일에는 뉴욕에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개최되었고, 유엔 사무총장은 각국 정상들에게 발언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 모습(사진=환경운동연합)

한국에서도 당연히 기후위기 파업이 있었다. 9월 21일엔 기후위기를 의제로 한 사상 첫 대규모 집회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개최되었고, 27일엔 청소년 기후소송단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결석시위”가 있었다. 한국 시민들의 요구는 정부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실시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화 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21일과 27일,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외칠 때 ‘미세먼지’를 외친 이들도 있었다. 바로 서울시와 정부다.

서울시는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같은 시간인 9월 21일 오후에 서울시청광장에서 시민 천 여명과 함께 미세먼지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를 통해 서울시는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시민들에게 제안하면서 미세먼지 고농도 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현재는 미세먼지 고농도 시 수도권 노후 경유차 중 일부(약 8만대)만 운행이 제한되고 있는데, 이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조치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중심이 된 기후 파업이 있었던 9월 27일,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이 만든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 참여를 통해 만든 정책임을 강조하며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겨울철과 봄철(12~3월)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계시별 요금제 도입으로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수요관리를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또 미세먼지 고농도 계절에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하고 고농도 주간 차량 2부제를 시행하겠다는 나름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미세먼지의 근본 원인 또한 화석연료 소비에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대응 정책은 얼마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것이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미세먼지-기후변화 연계 다자제도 구축을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1년여 안에 찍고 배출 감소 추세로 접어들어야 하는 이 긴급한 상황에서 전 방위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아니라 미세먼지 감축 정책에 열을 올리는 것은 기후위기 문제를 미세먼지 문제로 축소, 왜소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가령 서울시는 대기질 개선 예산을 대폭 편성했지만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절약하기 위해 추진되는 에너지이용합리화 정책 예산은 급격하게 줄였다. 무엇보다 이 정책의 주요 세부 항목은 LED 보급, 건물 효율 개선 등으로 서울시의 온실가스 배출 중 약 67%를 차지하는 건물부문에 해당되는 정책이다. 서울시의 대기환경 개선 및 친환경교통차량 보급예산(서울시의 온실가스 배출 중 수송부문과 주로 연관된 정책)을 보면, 2016년 약 780억에서 2017년 약 1,300억으로 증가해 2019년까지 이 추세가 이어진다. 그러나 에너지이용합리화 관련 예산은 2016년 약 80억에서 2018년 약 43억으로 감소하더니 2019년에는 약 64억이 편성되었다. 대기질 개선 예산을 줄이라고 할 순 없지만,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고려한다면 서울시는 건물부문 관련 예산을 큰 비중으로 편성해야 했다. 서울시는 기후위기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두고 시민의 뜻을 모아가는 것이 아니라 곁길로 계속 우회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또한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12월~3월 석탄발전소 운영 중단과 함께 계절별 시간별로 요금에 차이를 두는 계시별 요금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전력 공급 감소에 맞춰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수요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4인가구 기준 월 1,200원 쯤 인상된다고 한다.

화석연료 소비가 12월~3월엔 미세먼지로 우리를 위협한다면 다른 계절에는 폭염과 태풍 등 이상기후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1년 내내 화석연료 소비로 인한 일상의 위협은 반복되는데 미세먼지엔 올려도 되는 전기요금이고, 폭염과 태풍 등이 심해지는 다른 계절에는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이를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선 전기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서처럼 전기요금 인상을 장기적 과제로 미뤄둘 일도 아니고,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할 일도 아니다.

결국 모두가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똑같이 닮은 듯이 미세먼지에 집착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점에 이르지 않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정책을 추적하고 평가하는 기후행동추적자(Climate Action Tracker)는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파리협정의 목표치(지구평균온도 상승 2도 보다 현저히 낮게, 되도록 1.5도 이하)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1.5도 상승 제한이라는 IPCC 특별보고서를 고려하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를 대응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더 강도 높게 할 수 있다. 12월~3월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일 수 있다면, 다른 시기에도 가능하다. 서울의 경우 대기질 개선에 예산 편성을 늘렸다면, 건물부문 효율 개선 등에도 예산을 늘려야 한다. 이제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방점을 찍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미세먼지가 드리웠다.

/ 김형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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