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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12-10 14:13
에너지 전환, 제대로 보여주시라 / 박정연 연구기획위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41  
정부가 전환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하고, 전환의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며, 시민들을 설득하지도 못하면서, 원전 세력과 야당의 눈치 보기와 달래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보니 정책은 겉돌고 에너지 전환은 지지부진하며, 반대 세력의 언론공격에 휘둘리고, 구설수는 많고, 입 대는 사람만 많은 상황이 되었다. 청와대와 산업부의 실무진들이 에너지 전환의 청사진이 명확하게 없거나, 겉으로만 하는 척하면서 책임회피 중이거나, 의지가 없는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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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 제대로 보여주시라
[초록發光]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방향에 대한 권고'에 대한 의견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이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대한민국 에너지 비전 2040 -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 안을 11월 7일에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워킹그룹은 지난 3월 구성되어 약 7개월 동안 5개의 분과로 나뉘어 2주에 한 번 정도 만났고, 분과별로 치열한 논의를 거쳐 권고안을 확정했다. 권고안은 내용과 관계없이 70여 명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수개월 간의 논의와 논쟁을 거쳐 수립한 제안서로써 의미가 있지만, 산업부에서 제안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다. 

권고안은 권고안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권고안을 바탕으로 관계부처 협의 및 대외 의견수렴을 거쳐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으니, 필자도 의견을 내어볼까 한다. 관계부처의 자격으로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면 더 좋겠으나, 일개 개인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이 정도뿐이다.  

워킹그룹의 '역할은 정부가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정책의 중·장기 추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져보자면,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정책이었지만,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정책을 넘어 '에너지 전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걸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대통령이 직접 천명하고 산업통상자원부로 대표되는 정부도 최근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 기조이다. 즉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계획과 확실히 다르다.  

그런데 권고안 어느 부분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전환(轉換)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꿈'을 뜻한다. 에너지 스스로가 방향을 바꾸지는 못하니, 사람이 정책적으로 바꾸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권고안 어디에도 에너지 전환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수요관리를 강조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통합 스마트에너지 시스템'개념을 새롭게 부각하거나 '중앙-지역간 에너지 정책 조율체계를 구축'을 권고한 것은 새로운 에너지 계획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한다.  

그런데 권고안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로 예상하면서 2040년 비중은 25%~40%로 권하고 있다. 애초에 40%라는 목표를 정해 발표하려 했으나, 발표 직전 무슨 이유에선지 목표를 수정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공급분과에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충분하다는 검증을 해줬고, 오랜 시간 다양한 논의를 거쳐 40%라는 수치로 중·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발표 하루 전 급작스럽게 바뀐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후 목표 달성에 대한 언론과 반대 세력의 평가에 대해 과하게 두려워하는 반응처럼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을 생각한다면 더 높은 수치로 설정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는 것을 산업부에서도 전문가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책임지기 싫거나, 반대세력에 대한 공격을 받기 두렵거나, 누군가는 정치적 문제라고 말하며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국가의 에너지 문제는 애초부터 정치적인 것이다. 청와대와 산업부는 원전사업 세력과 야당의 정치적 프레임에 당당히 맞서 애초의 주장과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탈핵, 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슬로건처럼 내걸었고, 그로 인해 원전 산업 세력과 야당의 정치적인 공격을 전면적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 시기에 원전의 개수는 늘어날 뿐만 아니라, 2080년대까지 원전은 지속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게다가 이 정부에서 석탄 발전소도 7개나 늘어난다. 어디가 탈핵, 탈석탄, 에너지 전환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들어오는 공세에 눌려 제대로 된 정책 수행도 못하면서 겁만 내고 눈치만 보고 있다. 

이렇듯 정부가 전환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하고, 전환의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며, 시민들을 설득하지도 못하면서, 원전 세력과 야당의 눈치 보기와 달래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정책은 겉돌고 에너지 전환은 지지부진하며, 반대 세력의 언론공격에 휘둘리고, 구설수는 많고, 입 대는 사람만 많은 상황이 되었다. 청와대와 산업부의 실무진들이 에너지 전환의 청사진이 명확하게 없거나, 겉으로만 하는 척하면서 책임회피 중이거나, 의지가 없는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산업부는 지금부터라도 탈핵, 탈석탄,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제대로 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책 평가는 모든 정책에 당연히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그 평가는 목표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도 있지만, 정성적인 평가도 있다. 청와대와 산업부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언론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시라. 에너지 전환이 무엇인지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보여주시라.

/ 박정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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